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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피해, ‘없다’고 주장하면 없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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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에 의해 병이 난 후쿠시마 현민은 없습니다!”
지난 1일 후쿠시마현 소마(相馬)시에서 열린 지역 내 성화 봉송 출발식. 다치야 히데키요 소마시장이 이렇게 소리쳤다. “원전 사고는 격렬했지만, 방사능으로 병에 걸린 후쿠시마 현민은 없습니다. 우리 후쿠시마현은 ‘방사능으로 질병에 걸린 사람은 아무도 나오게 하지 않는다’는, 그런 성과를 모두의 힘을 모아 이뤄낸 것입니다.” 이 발언은 현장에 있던 아사히신문 기자가 영상으로 찍어 트위터(바로보기)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시장의 발언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원전사고를 입은 후쿠시마에 대해 "언더 컨트롤"이라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 고위인사들이 ‘원전사고에 의한 방사능 영향을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처하겠다’가 아니라 ‘앞으로 그런 사람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혹시 자신이 방사능에 의해 병이 걸린 것 아닌가 의구심을 품어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이미 트위터나 인터넷상에선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특히 원전 사고 직후 피난지시구역 밖에 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피난을 떠났거나 피난구역에서 해제됐지만 돌아오지 않는 ‘자주 피난민’들은 “비과학적 루머를 퍼뜨린다” “방사능 뇌(腦)” 같은 조롱을 당하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피난하면서 평균 3~4번, 많게는 22번이나 거주지를 옮겨 심신이 피폐해지고 병사하거나 자살하는 등 지진과 원전사고 ‘관련 사망자’로 인정 받은 사람의 수는 2,000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방사능 위험’은 목숨을 건 탈출과 이후 겪은 고난의 이유인데도 금기어가 돼 버렸다.
‘부흥’만을 앞세우며 ‘방사능 위험’이란 말은 막으려는 일본 고위층과 이에 동조하는 넷우익의 행태는 비인도적이다. 방사능 우려가 과장돼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고통을 겪은 사람의 입을 막지 말고, 그들의 말을 먼저 듣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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