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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도, 코카콜라도 비판하는 美 조지아주 투표 제한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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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상ㆍ하원 선거가 끝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미국에서 '선거법 전쟁'이 격해지고 있다. 선거제 개선과 투표권 확대를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을 넘어 기업, 스포츠계까지 번지면서다. 유권자 참여를 제한해온 투표 방식 개편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정파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진전은 없었고 대신 논란만 확산되는 양상이다.
처음 기세를 올린 건 민주당이었다. 연방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지난달 3일(현지시간) 투표권 확대법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유권자로 등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투표자 신분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전투표 기간은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민주당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됐다. 이 법안에는 또 선거구를 다수당 마음대로 조정하는 ‘게리맨더링’을 막기 위해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는 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부닥쳐 법안은 상원에서 멈춰 섰다. 공화당은 역으로 각 주(州)에서 투표권을 더 제한하는 입법 조치에 나섰다. 대선과 상원 선거 최대 전장이었던 조지아주는 지난달 25일 부재자투표 시 사진이 포함된 신분증 사본 제출, 부재자투표 기간 축소, 투표 장소 제한 등의 조항을 포함한 법안을 주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주의회와 주정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지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둔 곳이다. 민주당의 조지아주 승리는 1992년 대선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었다. 상원의원 2석 역시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이 가져갔다.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흑인의 적극적 투표 참여로 민주당이 승리를 챙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화당이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입법에 나선 이유다.
조지아주 투표권 제한 논란 후폭풍은 거세다. 코카콜라와 델타항공 등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기업이 불매 여론을 의식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오는 7월 13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기로 했던 올스타전 장소를 옮기겠다고 2일 발표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서 MLB와 코카콜라 등을 비난했고, 공화당 주요 정치인도 가세했다. 반대편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MLB를 지지하고 조지아주의 조치를 비난하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흑인 인종차별이 법적으로 폐지된 것은 1862년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ㆍ차별하는 ‘짐 크로법’이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존재하는 바람에 흑인들의 투표권 행사는 제한됐다. 1965년 이후에도 남부 주를 중심으로 흑인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는 여러 조치가 존재했고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MLB와 코카콜라까지 나선 이번 논란이 현대 민주주의 원조국인 미국의 복잡하고 후진적인 투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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