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역대 감사 5명 중 4명 '낙하산'... "시작부터 내부 통제 한계"

입력
2021.04.05 05:00
수정
2021.04.05 09:4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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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주공 통합 이후 4명 정치권 출신
정권 코드 따르고 전문성 부족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1층 로비. 진주=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1층 로비. 진주=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터지자 내부 감시와 윤리경영을 이끌어야 할 LH 감사가 본연의 기능을 못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설상가상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돼 LH가 출범한 2009년 이후 선임된 상임감사 5명 중 4명은 정권과 연관 있는 '낙하산'이었다. LH의 부실 경영을 막아야 할 감사가 정권 입맛에 맞고 전문성은 없는 인사로 채워진 것이다.

LH는 낙하산 단골 착륙지

4일 LH에 따르면 통합 이후 LH 상임감사 자리에 앉은 사람은 총 5명이다. 2009년 초대 방판칠(2009~2011) 감사를 시작으로 2대 김영진(2011~2014), 3대 김영도(2014~2016), 4대 허종덕(2016~2018) 감사를 거쳐 현재는 5대 허정도(2018~2021) 감사다. 이 가운데 당시 정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는 1대, 3대, 4,대 5대 감사다.

방 전 감사는 이명박 대선캠프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상임고문을 맡았고, 김영도 전 감사는 박근혜 대선캠프 국민소통본부 특보단 총괄단장으로 활동했다. 허종덕 전 감사는 박근혜 정권의 숨은 인맥인 '정영회' 명예회장 출신이다. 정영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에서 '정', 육영수 여사에서 '영'을 따 만들었던 지방 출신 서울대생들의 기숙사 '정영사' 출신 모임이다. 허 감사는 문재인 대선캠프 미디어특보를 수행했다. 2대 김영진 전 감사는 감사원 국장을 지내 유일하게 전문성을 가진 인사다.

LH 역대 상임감사. 김대훈 기자

LH 역대 상임감사. 김대훈 기자


낙하산과 방만경영의 상관관계

낙하산 감사는 LH의 방만경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 전 감사의 경우 2011년 6월 본인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2010년 충남 당진시 국가산업단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1억여 원을 받은 혐의였다. 이로 인해 방 전 감사는 역대 LH 감사 중 유일하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후 LH는 “임직원들의 부정부패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청렴실천 다짐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비위 행위는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김영도 감사 재직 시절인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LH가 직원 소유 주택 12가구를 임대주택용으로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지적을 받았다. 2015년엔 LH가 4대강 공사 입찰담합이나 허위서류 제출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 대형 건설사들을 우수건설업자로 선정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종덕 감사 재직 때도 국정감사에서는 LH 퇴직자 소속 설계·감리 용역회사의 수주, LH 직원들의 LH 공급 주택 거래 문제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허정도 감사가 재직 중인 현재는 집값 폭등에 따른 국민적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까지 터져 LH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비위 방지 첫 단추부터 잘 꿰야

공기업 상임감사는 사장에 이어 서열 2위 자리이지만 외부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반면 사장을 견제하고 경영 전반을 살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연봉도 사장 다음으로 많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019년 LH 상임감사 연봉은 기본급에 성과급을 합쳐 1억7,000만 원에 이른다.

감사는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수후보 추천 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 또는 기재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기재부 장관은 정치권 압력에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례적으로 선거 뒤 보은 성격의 감사로 내려꽂히니 본연의 역할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감사는 내부 통제에 한계가 있다”며 “LH 사태를 포함해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사전에 막으려면 전문성 있는 감사부터 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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