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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토부 딴소리, 정책 혼선부터 바로잡아라

입력
2021.04.03 04:30
23면
이호승(왼쪽) 대통령비서실 신임 정책실장이 3월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위해 연단으로 오르며 퇴임 인사를 마친 김상조 전임 정책실장과 교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승(왼쪽) 대통령비서실 신임 정책실장이 3월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위해 연단으로 오르며 퇴임 인사를 마친 김상조 전임 정책실장과 교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1일 라디오 방송에서 "내년에도 공시가격이 올라 1가구 1주택 재산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없는 가구가 많아지면 세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이 한 채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세금이 올라가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부동산 세제를 수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같은 날 “주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 상승과 관련,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정책 담당자의 말 한마디는 곧 정부 공식 입장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국민 생활과 시장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정책 발표 전 관련 부처 책임자가 모여 협의한 뒤 공동 자료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청와대 실장과 국토부 차관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누구 말을 믿으라는 건가.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3월3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제1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3월3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제1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더 황당한 건 정작 세제 담당 부서인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조율된 게 없었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아직 관계 부처 간 논의된 바는 없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정책 기조와 직결되는 중요 사안을 관련 부처와 상의도 안 한 채 불쑥 꺼낸 셈이다. 그 정도로 소통이 안 되고 국정도 삐걱거린다는 방증이다. 그동안의 정책도 이런 식으로 추진된 건가.

지금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무책임한 얘기들을 앞뒤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럴 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게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 정부 안에서 제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혼란을 정리해야 할 정부가 더 큰 혼란을 부르는 격이다. 부처끼리, 또 부처와 청와대가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논의한 뒤 통일된 메시지를 내놔야 난맥상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아니면 정권 말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이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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