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1일 라디오 방송에서 "내년에도 공시가격이 올라 1가구 1주택 재산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없는 가구가 많아지면 세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이 한 채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세금이 올라가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부동산 세제를 수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같은 날 “주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 상승과 관련,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정책 담당자의 말 한마디는 곧 정부 공식 입장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국민 생활과 시장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정책 발표 전 관련 부처 책임자가 모여 협의한 뒤 공동 자료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청와대 실장과 국토부 차관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니 누구 말을 믿으라는 건가.
더 황당한 건 정작 세제 담당 부서인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조율된 게 없었다는 사실이다. 국토부는 “아직 관계 부처 간 논의된 바는 없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정책 기조와 직결되는 중요 사안을 관련 부처와 상의도 안 한 채 불쑥 꺼낸 셈이다. 그 정도로 소통이 안 되고 국정도 삐걱거린다는 방증이다. 그동안의 정책도 이런 식으로 추진된 건가.
지금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무책임한 얘기들을 앞뒤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럴 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게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 정부 안에서 제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혼란을 정리해야 할 정부가 더 큰 혼란을 부르는 격이다. 부처끼리, 또 부처와 청와대가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논의한 뒤 통일된 메시지를 내놔야 난맥상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아니면 정권 말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이 벌써 시작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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