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는 대선 민심 향배와 직결
재원확보방안 없는 정책, 유권자에 부메랑
'큰 정부, 적자재정' 기조의 판별기회
이틀 후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선거는 1년 남짓한 임기를 채울 '광역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거대 양대 도시의 선거결과가 내년에 치러질 대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전초전으로 간주되기 때문일 것이다. 근원적으로 여당 시장들의 불미스러운 '유고(有故)'가 이번 선거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원초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해야 하는 여권의 치열한 몸부림을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선거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맞선 여당의 필사적 수성 의지가 맞부딪치며 인신공격, 흑색선전 등 혼탁한 선거전이 빚어지면서 자칫 시정의 큰 흐름과 이에 기초한 정책방향이 유권자들의 메뉴 선택에서 유실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양대 도시의 미래뿐 아니라 향후 대선구도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상대방 후보 흠집 내기 식의 네거티브 선거전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향후 바람직한 국정운영의 '좌표설정'을 근저에 두면서 도시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비전·역량을 갖춘 후보를 선별하는 포지티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고용증대를 포함한 지역경제 역량의 재구축, 시민복지에 대응한 시정부의 적절한 역할정립 등 중장기적 정책과제가 선거과정을 거치면서 상대적 동의 영역을 확인하고 구체적 실행의 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약속하고 예산증액을 경쟁적으로 다짐하면서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을 통한 감성적 호소에 주력한다면 수도 서울과 동북아 물류거점 부산의 건강한 미래에 대한 기대는 난망할 수밖에 없다.
표를 얻기 위한 후보자들의 필사적 노력을 수긍한다고 해도, 이러한 과정에서 42조 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재정규모와 15조 원에 육박하는 부산시 재정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재정규모를 확대할 것인지를 후보들이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 만일 추가적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을 공약하면서도 재정 확충의 구체적 방향을 밝히지 않는 후보라면 과연 유권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서울시와 부산시 공히 통합재정수지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확대재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사업을 공약한다면 분명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세목의 증세 당위성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이들 세 개 세목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의 관점에서 증세가 용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다수 시민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현행 세금부담 수준을 동결하거나 감세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신규 사업 재원을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지출구조를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지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후보가 '큰 정부, 확대재정, 증세'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아니면 '효율적 정부, 재정규모의 현상유지, 세 부담 동결'의 입장인지를 명백하게 밝히면서 구체적 실행방법에 대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용기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은 비단 지방정부에 국한되지 않고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확대재정 정책과 재정수지 악화에 대한 재평가의 모멘텀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향후 중앙정부의 정책 포지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개인의 흠결은 자신의 노력으로 치유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시장을 잘못 뽑아 발생할지도 모를 미래의 '정책실패'는 시민사회 공통의 상처로 남아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며 선거운동과 투표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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