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 챙기려, 접종 비용 없어서... '코로나 백신' 갈등에 멍드는 지구촌

입력
2021.04.02 18:20
구독

EU, 회원국 '백신 이기주의'로 분열
아프리카는 의료진·접종 비용 부족

유럽연합 깃발 앞에 코로나19 백신 샘플과 주사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 깃발 앞에 코로나19 백신 샘플과 주사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갈등과 우려가 부국ㆍ빈국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다. 입도선매식 백신 물량 확보로 도덕적 지탄까지 받던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저마다 ‘내 몫 챙기기’에 골몰하며 분열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최근에서야 겨우 백신을 손에 쥔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이번엔 접종 비용 부담으로 고민에 빠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 등은 1일(현지시간) EU 회원국 대사들이 2분기 공급 예정인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000만회분 배분 방식을 놓고 크게 대립했다고 전했다. 갈등은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등 백신이 부족한 5개국에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안건에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3개국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우리 국민한테 줄 백신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EU는 통상 27개 회원국이 인구 비례에 따라 백신을 분배해왔다.

다수 의견대로 5개국이 더 많은 물량을 받게 됐지만, EU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위한 공조체제는 또 한 번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다섯 나라의 물량 부족 사태는 회원국 간 경제 격차에서 비롯된 측면이 커 어느 때보다 ‘연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배분 불균형은 동구권 국가들이 경제적 여력에 맞춰 저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구입했는데, 백신 수급이 지연되자 발생했다. 한 EU 외교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서 “EU 연대 의식에 반하는 오스트리아의 노골적 태도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U 백신 정책 혼선과 공급 지연 등으로 백신 접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부장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유럽 백신 접종 속도는 납득하지 못할 만큼 느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접종을 개시한 유럽은 현재 전체 인구의 10%만이 코로나19 백신 1차분을 접종했다. 2차 접종까지 모두 완료한 비율은 고작 4%에 그친다.

지난달 24일 국제백신공동구매기구 코백스가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을 전달받은 케냐의 도시 마차코스에서 의료진들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마차코스=AP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국제백신공동구매기구 코백스가 제공한 코로나19 백신을 전달받은 케냐의 도시 마차코스에서 의료진들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마차코스=AP 연합뉴스

아프리카도 결은 다르지만 백신 탓에 속앓이를 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물량을 확보했으나 의료진이 부족하고 접종에 드는 돈도 없어 어렵게 구한 백신을 창고에서 썩힐 처지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ㆍ배분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는 백신을 제공만할 뿐, 이후 절차는 오롯이 개별 국가의 몫이다. 아프리카연합(AU) 아프리카 백신공급연합의 아요아데 알라키자 공동대표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서 “역내 국가들은 1인당 보건인력 수가 매우 적은데다, 의료진 전원을 예방접종에 투입할 경우 나머지 건강이 위험해진다”고 토로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비중이 0.2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1.6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백신이 있어도 소화를 하지 못하면 팬데믹 종식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WP는 “국제사회가 나서 아프리카의 의료인력 확충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