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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당겨 맞을 수 없나요"…백신 접종 애타는 암·희귀질환자들

입력
2021.04.02 11: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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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격리치료병동 앞을 한 의료인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격리치료병동 앞을 한 의료인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단 며칠이라도 빨리 백신 맞히고 싶죠. 코로나19 엄청 조심하고 있지만, 워낙 면역력이 약하니 늘 불안해요.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몸에 삽입돼 있는 기기에 약을 주입해야 하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이 치료도 제대로 못 받을 것 같아 정말 걱정입니다.”

김모(55)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10만명당 29명꼴로 발생한다는 희귀질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는 20대 아들 때문이다. 아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지 않으면 극심한 통증을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아들이 코로나19에라도 덜컥 걸리면? 격리되는 순간 주치의를 만날 수도 처방받을 수도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한가득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 들어가도 문제다. 김씨는 "그 병원에 희귀질환을 잘 아는 의료진이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맞아야 조금이라도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분기 우선접종 제외된 희귀질환·암환자

2일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과 암 환자들이 2분기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분기 접종계획에 따르면 6월부터 64세 이하 성인 만성질환자가 백신을 맞지만, 여기엔 신장질환(투석)과 중증호흡기질환만 포함됐다.

투석 환자는 확진돼 격리 입원할 경우 치료가 어렵고, 중증호흡기 환자는 마스크를 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암이나 희귀질환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증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코로나19부터 치료하기 위해 기존 치료를 미루거나 방법을 바꾼다. 하지만 암이나 희귀질환자들은 약이나 치료법이 제한적이라 기존 치료를 중단하거나 바꿀 경우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다.

최종범 아주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희귀질환일수록 대체치료법도 거의 없고 잘 아는 의료진도 적다”며 “환자가 격리돼 주치의와 단절되고 기존 치료가 뒷전으로 밀리면 아예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다발골수종처럼 약이 여러 가지인 희귀질환도 있지만, 환자 대다수는 전에 썼던 약에는 내성을 갖고 있어 치료법 변경에도 한계가 있다.

암환자도 마찬가지다. 미국암학회에 따르면 암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치명률이 2배 더 높다. 국내 기록을 봐도 지난달 15일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중 9.6%(161명)가 기저질환으로 암을 앓고 있었다. 지난달 대한종양내과학회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전이암 환자, 폐암 환자, 이식 또는 면역억제 치료를 투여 받는 환자는 코로나19 감염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암환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이라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치료 못 받을까 두려워...접종 당겨달라"

미국 31개 주와 프랑스는 암환자를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희귀질환협회는 최근 질병통제예방센터와 예방접종자문위원회에 희귀질환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국내에서도 한국CRPS환우회, 한국다발성경화증협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부신백질이영양증부모모임,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 등 환우단체들이 코로나19 백신 조기 접종을 요구했다. 이용우 CRPS환우회장은 “희귀질환자들은 코로나19에 걸리면 기존 치료를 못 받아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환자 본인이 원하는 경우엔 백신을 먼저 맞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백신 공급 상황을 감안해 암이나 희귀질환자 같은 만성질환자 중 일부라도 더 접종을 당길 수 있을지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암 유병자(치료 중 또는 완치된 사람)는 2018년 기준 201만 명이고, 희귀질환자는 지난해 기준 27만 명으로 추산된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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