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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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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생물과 같아서 생성, 변화, 소멸을 반복한다. 어제는 몰랐던 새로운 단어가 머릿속에 저장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의미로 확장되기도 한다. 폭력을 쓰고 행패를 부리는 무리를 일컫는 ‘깡패’가 어느 날 ‘음색 깡패', '분위기 깡패’처럼 매우 출중함을 뜻하는 말로 변신하는 일이 종종 있다.
어휘는 개방적이어서 들고 남이 빈번한 데 비해 문법의 변화는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 문자 창제 이전 시기부터 현대까지 큰 변화를 겪지 않은 문법 요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높임의 어미 ‘시’이다. ‘시’의 주된 기능은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것이다. “충무공은 훌륭한 장군이시다”에서 ‘장군이시다’의 ‘시’는 높임의 대상 ‘충무공’과 호응한다.
그런데 ‘시’ 본연의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 “연체료가 추가되십니다",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처럼 백화점 높임법으로 불리는 표현에서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이 문장의 주어는 ‘연체료’나 ‘아메리카노’이기 때문에 ‘시’가 사물 주어와 호응하여 문법적으로는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서 ‘시’를 쓰는 화자의 의도는 문장의 주어가 아니라 청자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제 ‘시’는 주어뿐만 아니라 특정 맥락에서는 청자를 높이는 요소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어는 높임법이 발달한 언어이다. 특히 대화 상황에서 청자를 높이는 방식이 세분화되어 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합니다', '해요', '하오’ 등을 골라 쓴다. 현대는 ‘습니다’형에만 나타나는 ‘습’도 과거에는 객체를 높이는 형식이었다. 객체 높임의 ‘습’이 청자를 높이는 요소로 변화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시’의 변화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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