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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앞세우는 정부… '2분기 백신 접종계획' 혼란만 부추긴다

입력
2021.03.31 19: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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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성동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뉴스1

31일 서울 성동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뉴스1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 선생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최대한 앞당겨 시행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백신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시점에 나온 총리 발언이라 '백신 수급 계획에 숨통이 트인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곧이어 열린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 총리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며 “총리 말씀은 총력을 다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높여달라는 취지였다”며 한발 물러섰다.

온 국민의 관심사인 백신 접종을 두고 정부의 말만 앞서나가고 있다. 2분기까지 1,200만 명을 접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여러 상황이 악화되자 초조해진 정부가 립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선 우리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을 추진한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정확히 언제 맞는다는 얘긴가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를 2분기를 앞두고 정부는 접종 속도전을 예고했다. 원래 더 뒤에 접종 예정이던 △교육·보육 종사자 △경찰,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 △64세 이하 성인 만성 질환자 등을 2분기 접종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대학입학전형 전에 항체가 형성돼야 한다는 이유로 고3 수험생 접종 시기를 3분기로 당기기도 했다. 정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이렇게 일정이 당겨진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시기를 한 번 더 앞으로 당기겠다는 얘기다.

앞서 방역당국은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에 대해 한 달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한데 이어, 수도권 학원과 교습소 강사들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으라고 권고했다. 백신 수급이 늦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검사부터 충실히 하겠다는 의도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의 요구는 급한데, 상황이 따라주지 못한 데서 나온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요한 건 당사자들로서는 그러면 언제 백신을 맞는다는 건지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조급해할 필요 없이, 2분기에는 백신이 충분하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방역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백신 접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건 이미 알려졌다"며 "그럴수록 정해놓은 우선순위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죽하면 러시아 백신 도입설까지

이런 혼란을 틈타 한때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Ⅴ 도입'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주한러시아대사관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다 '한국 정부가 스푸트니크Ⅴ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양측 모두 “공식적인 자료 제출이나 검토 진행은 없다”고 밝혔다. 접종 대상자 수에 비해 백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러시아 백신 도입설’이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에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독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뇌정맥동혈전증(CVST)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2건 있었다. 이에 따라 독일 일부 지역에선 만 60세 이상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캐나다도 곧이어 55세 이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홍정익 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 제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보편적 상황이 될지, 일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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