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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미중 외교전, 당당히 할 말은 해야

입력
2021.04.01 04:30
27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난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3일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이다. 미 국무·국방장관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알래스카에서 중국과 설전을 벌인 뒤 불과 열흘 만에 열리는 한미일, 한중 고위급 회담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외교전이 얼마나 뜨거운지 그대로 보여준다.

미중 어느 쪽도 우리 정부에 편들기를 요구한 적이 없다지만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갈등이 더 깊어지며 선택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미일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 등 여러 국제 이슈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등 양국 현안이 중심이겠지만 미중 갈등을 배경으로 한 대화가 오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백악관은 이미 안보실장 회의를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의용 장관의 말처럼 섣불리 일방을 편들 이유가 없다.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이라는 대체불가능의 외교안보적 가치를 가지며,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부가 목표한 대로 한미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중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가려면 외교 현안들에서 우리가 표방하는 가치와 국익에 입각해 당당한 자세로 협력하고 설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앞으로 신냉전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이 더 거세져 한미일, 북중러의 지역 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은커녕 동북아 안보 정세가 과거의 군사적 대결로 되돌아갈 우려가 없지 않다. 이런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갈등하면서 협력의 여지를 열어 둔 미중이 되도록 협조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관계가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그런 협력에 일조하는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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