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바꿔치기'는 짜맞추기 수사? 팩트는

입력
2021.04.01 15:00
수정
2021.04.0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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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검사 결과 오류 등 억지주장 난무
5차례 DNA검사 과학적 증거 있는데
피의자 일방적 주장 중계방송은 곤란

친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모씨가 지난달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북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친딸과 외손녀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된 석모씨가 지난달 1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북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아이 바꿔치기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석모(48)씨 가족측이 경찰 수사가 짜 맞추기라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 근거로 혈액형 오류, 잘리지 않고 분리된 인식표(발찌), 양수에 젖은 사진, 제왕절개 등을 들고 있다. 사실관계를 짚어본다

혈액형 검사 오류? 가능성 희박!

경찰은 숨진 여아와 2018년 3월 석씨의 딸 김모(22)씨가 구미지역 한 산부인과의원에서 출산한 여아의 혈액형은 A형으로 동일하지만, 김씨(BB형)와 남편(AB형) 사이에선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는 점이 병원에서의 바꿔치기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반면 석씨 가족 측은 신생아 때는 항체형성이 채 되지 않아 오류가 날 수 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단검사의학전문의들은 “오류 가능성이 있지만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산부인과 의원은 혈액형검사를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곳이다.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온전하게 분리된 발찌? 조력자 통한 바꿔치기 방증!

가족 측은 발에서 분리된 인식표가 온전한 상태로 손 쪽에 놓여 있는 사진을 공개하며 바꿔치기가 아님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에는 양수가 묻어 있는 신생아 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되레 바꿔치기의 유력한 증거라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전국의 맘카페 등에서는 아이의 사진이 신생아라고 보기에는 너무 크고 깨끗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또 대구 수성구에서 개원중인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인식표는 말 그대로 아이를 구분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으로, 발에서 뺄 수 없게 채우며 놀이공원 등에서 사용하는 방수종이밴드나 합성수지재질로 돼 있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며 “병원 측이 제거하는 일은 절대 없고, 가족도 혹시나 아이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퇴원 후 집에 가서 자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내부 조력자가 느슨하게 채운 뒤 분리 후 석씨의 아이와 바꿨지만, 덩치가 큰 석씨 아이 발목에 채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제왕절개 때문 자연분만 불가능? 권장 않지만 가능!

석씨가 김 씨 등 두 딸을 제왕절개로 분만했기 때문에 셋째인 숨진 여아를 자연분만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들어 경찰이 짜 맞추기식 수사를 한다고 주장이 일부 언론에 터져 나왔다. 이후 석씨 가족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수술 후 자연분만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결론은 권장하진 않지만 가능하다이다. 계명대 동산병원 박준철 산부인과과장은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은 1% 미만의 확률로 자궁파열 등의 위험이 있어 적극 권장하진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수술방법이나 횟수, 이유 등에 따라 다르며, 한때 수술 후 자연분만을 권장한 적도 있는데 이는 산모와 의료진의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형량 줄이기 일방적 주장" 일침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에서 4번, 검찰에서 한 번 도합 5회나 실시한 DNA검사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냐”며 “피의자와 가족측은 형량을 줄이려고 당연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얘기만 쏟아내겠지만 이를 여과 없이 중계방송 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공개하기 어려운 점도 많고, 또 피의자 측이 일부 언론을 통해 하는 주장에 대해 경찰이 일일이 맞대응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증거에 입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구미=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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