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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의 말 돼버린 ‘2주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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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월 17일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하니 2주간의 ‘특별방역대책’을 수립하여 확진자 수를 400명대에서 200명대로 줄이겠다는 시도였다. 대책으로 외국인 밀집지역 점검, 외국인 진단 검사가 광범위하게 추진되었고, 방역 취약지역의 집중 관리를 제시하였다.
3월 마지막 주 확진자 수는 여전히 400~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대책은 실패했다. 외국인 대상 검사는 인권과 차별 문제로 각국 대사관으로부터 항의가 속출하였으며, 방역 취약지역에서의 감염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지난 1년 동안 ‘다음 2주가 고비이니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사소통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3차 유행 이후 방역조치도 2주 단위로 계속 연장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2주만 참으면 된다는 메시지는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1차 유행, 2차 유행은 신속히 통제되었다. 그러나 점차 국민의 방역 피로감은 극심해졌다. 느리고 일관성 없는 방역 단계 조정은 큰 3차 유행을 불러왔다. 이제 '2주만 더'라는 표현은 유효하지 않다.
결국 단기적 정책과 목표는 당장 부담이 적고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정부와 당국을 돕는 전문가 모두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든다. 다음 유행이 시작될 때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이제는 좀 더 길게 보는 일관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정부의 언행도 일치하지 않는다. 수도권 방역특별대책을 논의하기 직전 음식점의 영업 제한시간은 오후 9시에서 10시로 연장되었고, 유흥업소의 영업은 재개되었다. 말로는 위기를 이야기하며 행동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은 몇 가지 특단의 조치로 감소하지 않는다. 확진자 수를 절반 정도로 줄인 사례는 대규모 유행의 정점에서 국민의 위기의식과 참여와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이 동반되었을 때뿐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해 국민들에게 장기적 전망을 진솔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올해까지 끝나지 않는다. 수백 명 단위의 일일 확진자 수는 연말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기준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한 본질적 대책은 충분한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 유일하나 백신 공급 전망은 불투명하다.
방역과 경제는 두 마리 토끼다. 확진자 수도 줄이며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는 ‘신의 한수’는 없다. 지금 이어지는 지루한 3차 유행의 끝자락도 오히려 기적적이다. 국민들의 높은 방역의식과 적극적인 참여로 그나마 4차 유행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 방역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국민 접종을 위한 백신 수급,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추가 백신 공급, 낮아진 백신 수용성을 복구하기 위한 대책, 2, 3분기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등의 현안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솔직한 인정으로부터 시작된다. 2020년 3번의 유행을 잘 극복해낸 좋은 기억만이 아니라, 과거 정책 결정에서 더 나은 대안과 시점이 있지 않은가 끊임없이 자문하며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
당장 유행 대응은 이미 질병관리청과 지자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도 위기가 고조되면 방역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이다. 정책결정권자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가장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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