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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지 말라”던 왕이 경고 통했나… 중국부터 가는 정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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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장관이 다음달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는다. 미국 바이든 정부 들어 한중 외교장관이 직접 만나는 첫 자리다. 한국 외교장관이 취임 후 미국에 앞서 중국부터 찾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외교부는 31일 “공식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 회복 △북한 도발 대응 △미중 갈등 관리 등 양국과 한반도, 글로벌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뚜렷한 성과보다는 과정에 그치는 징검다리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회담 후 공동성명도 내지 않기로 했다.
한중 양국이 풀어야 할 최대 현안은 관계 정상화다. 지난해를 목표로 추진하던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한이 계속 미뤄지면서 양국 관계는 속 시원히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적 교류의 폭이 좁아진 사이 김치, 한복 등 원조논쟁이 격화되면서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이후 쌓인 앙금도 여전하다. 미세먼지, 황사 등 고질적 환경문제로 답답함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양국은 올해를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선포했고, 이를 발판으로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현재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높일 참이다. 지난해 11월 왕 부장 방한,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통화에서 모두 최우선 순위로 강조한 내용이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는 26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중 양국 무역액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면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소통을 강화해 양국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관리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부분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의 알래스카 고위급회담 전날인 지난 18일 리룡남 신임 주중북한대사를 중국 도착 한 달 만에 처음 공개했다. 북한과의 혈맹과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된 북중 간 교역이 이르면 4월 중순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바이든 정부도 ‘유엔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대북 정책만큼은 ‘중국 역할론’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대화와 협상”,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북한을 더 옥죄지 말라는 것이다.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2월 16일 정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진영을 가르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는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다.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정부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앞서 18일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회의, 25일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미국, 러시아와 조율을 거친 뒤 중국을 마지막 퍼즐로 남겨 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정 장관의 첫 행선지로 중국을 택해 배려하는 모습을 취했다. 이와 함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워싱턴에 보내 내달 2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회담을 갖는다. 한국의 외교ㆍ안보 사령탑이 동시에 출격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머리를 맞대는 셈이다.
정 장관은 이날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이 같은 ‘줄타기 외교’에 대해 “우리의 기본입장은 분명하고 절대 모호하지 않다”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은 우리의 선택의 대상은 결코 아니다"라며 "미국이나 중국도 우리에게 그러한 요구를 해온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지난해 11월 왕 부장 방한 이후 4개월, 한국 외교장관이 양자회담을 위해 중국을 찾는 건 2017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의 대표단을 수도 베이징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만나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도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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