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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지연 끝에 발표된 WHO 코로나 기원 보고서, 의혹만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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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 보고서가 한 달여간 지연 끝에 발표됐으나 뚜렷한 결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고서 발표 전부터 중국의 방해로 WHO 보고서가 왜곡될 것이라고 비판하던 서방에서는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발표에 "과학자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엇갈린 입장을 밝혔다.
WHO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12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는 여러 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초안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사팀은 우선 국제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우한 실험실 유출설'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결론냈다. 실험실 사고 등으로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을 나갈 확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경우다. 박쥐-인간 직접 전파도 가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간 고리 역할을 한 동물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기원 관련 결정적 자료가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WHO와 중국이 공동 조사한 보고서는 심오한 새로운 통찰력을 담고 있지 않다"며 "서방이 제기한 중국 정부의 조사 방해 우려를 거의 해소시키지 못한 결과"라고 혹평했다. AP통신 역시 "바이러스가 어떻게 처음 발생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거의 제공하지 못해 많은 질문이 풀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보고서 발표 브리핑에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보고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비록 실험실 유출을 가장 가능성이 낮은 가설로 결론 지었으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팀을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 우한 현지 조사에서 원자료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털어놓았다. 이어 "향후 협력 연구에는 더 시기적절하고 포괄적 데이터 공유가 포함되길 기대한다"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조사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조사팀이 권고한 추가 연구에 대해서도 중국의 협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는 조사부터 발표까지 중국 당국의 개입을 우려하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WHO가 지난달 중순에 요약 보고서를 발표하려다 한 달 뒤 최종보고서를 바로 발간하겠다고 계획을 바꾸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그마저도 지연돼 결국 조사팀의 우한 조사 48일이 지난 이날에야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여준 과학, 근면, 전문성에 찬사를 보낸다"며 서방 국가들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전문가들의 순조로운 업무 수행에 협조한 것은 중국의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또 코로나19 기원이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보여주듯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전 세계적인 임무로 더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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