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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 5세 발달장애인, 시설 나온 지 석달만에 만신창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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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3년간 지내다 퇴소한 뒤 행방이 묘연했던 발달장애인 A(22)씨가 80여 일 만에 영덕에서 300㎞ 넘게 떨어진 인천의 한 거리에서 집단 구타를 당한 채 발견됐다.
A씨가 석 달 가까이 방황하다가 도로 시설로 돌아온 과정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보호 체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설장은 인지능력 5세 수준의 A씨가 불쑥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밖으로 내쳤고, 실종 상태였던 그를 겨우 찾아 시설로 복귀시키려 했을 땐 지자체가 가로막았다. 결국 두 번째로 실종된 A씨를 발견했을 땐 무자비한 폭행에 온몸에 상처를 입고 그간 모아온 돈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집단 구타로 온몸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채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신원 조회를 거쳐 지난 22일 밤 영덕군에 있는 S장애인거주시설(S시설)로 연락했다. S시설은 A씨가 중증 정신장애가 있는 어머니(50)와 함께 지내던 곳이다. 시설 직원들은 A씨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기를 기다렸다가 26일 시설로 데리고 왔다.
경찰과 S시설 측에 따르면 A씨가 시설을 떠난 날은 지난해 12월 31일. 83일 만에 상처투성이로 발견된 A씨는 인천 대전 등 전국 여러 곳을 떠돌았다. 인천에서 그를 집단폭행한 이들은 지역 조직폭력배로 파악됐다. A씨가 퇴소할 때 들고 나온 적립금 1,000여만 원은 온데간데없었다. S시설 직원은 “A씨가 폭행을 당한 채 발견됐을 때 수중에 휴대폰이 없었는데도 (누군가에 의해)A씨 명의로 휴대폰 3대가 개설돼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험한 일을 당하지 않고도 어머니 곁으로 돌아올 기회는 있었다. 쓰러진 채 발견되기 열흘 전, 그러니까 지난 12일 밤 인천의 한 지구대에서 "A씨 친구의 실종신고를 받고 A씨를 찾았다"며 S시설에 연락했던 것. 직원들은 차를 몰고 인천으로 달려가 A씨를 태워 영덕으로 돌아왔다.
직원들은 A씨를 시설에서 돌봐야 한다는 당연한 판단 아래 관리·감독 기관인 영덕군에 긴급입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영덕군은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을 받아야 한다”며 불허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A씨는 다시 사라졌고 결국 온몸에 상처를 입고 나타난 그때서야 영덕군은 입소를 허락했다. S시설 직원은 “열흘 전 긴급입소 신청이 받아들여져 A씨가 시설 보호를 받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돌아보면 S시설은 A씨가 퇴소 요청을 할 때 그의 상태를 감안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 A씨의 인지능력 등을 감안할 때 시설을 나가더라도 세심한 돌봄이 뒤따라야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할 수 없던 지난해 10월 A씨가 돌발행동과 함께 "나가고 싶다"고 말하자 시설장은 당장 영덕 시내에 원룸을 구하더니 A씨를 그리로 쫓아내다시피 내보냈다. 장애인 자립을 돕는 경북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A씨가 시설을 나왔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지난해 9월 채용된 이 시설장은 뒤늦게 임용절차상 하자가 드러나 공교롭게 이씨가 퇴소한 당일 퇴사 조치됐다.
김용식 경북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재단은 보조금 횡령에다 자격이 안 되는 시설장 채용으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영덕군의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에 시설 입소자들까지 고통과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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