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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대책, 보여 주기식 그쳐선 안 돼

입력
2021.03.31 04:30
27면
30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3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 사무소 앞으로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서울에 총 2만 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 16곳을 선정, 3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투기 규제 방안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뉴스1

30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3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 사무소 앞으로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서울에 총 2만 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의 2차 후보지 16곳을 선정, 3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투기 규제 방안도 신속 추진하기로 했다. 뉴스1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선거를 의식해 자극적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보여 주기에 그칠 것들이 적지 않아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산등록 대상자를 현재 4급 이상에서 모든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으로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재산등록 대상은 150만 명,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면 600만 명(4인 가족 기준)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시스템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수백만 명을 관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일부 신고자들이 차명을 동원했을 경우 이를 걸러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만한 공무원을 제물로 내세워 여론의 화살만 피해 보겠다는 심산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투기 공직자는 전원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한 대목도 우려스럽다. 투기는 엄벌에 처하고 범죄 수익도 환수하는 게 지당하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구속 수사는 최소화하는 게 헌법 정신이고 사회적 합의다. 인권과 진보를 주창한 정부가 느닷없이 구속 수사를 강조하는 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정체성을 외면한 셈이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인력을 배로 확대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하겠다는 것도 전시 행정이란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검경 수사권 분리로 검찰은 6대 범죄 외엔 수사할 수 없는데도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정작 검찰도 역할이 분명치 않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위선에 대한 반성 없이 ‘투기는 친일 반민족 행위 같은 반역’이라며 엄포만 놓으면 투기는 못 잡고 시장만 왜곡시킨 그동안의 실수를 반복하기 십상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실효성을 높인 투기 근절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 계획과 실행 방안을 내놔야 국민도 납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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