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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필락시스 환자를 휠체어에?… 방역당국 뒤늦게 지침 수정

입력
2021.03.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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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모의훈련에서 센터 관계자들이 백신 이상반응을 보이는 접종자 발생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모의훈련에서 센터 관계자들이 백신 이상반응을 보이는 접종자 발생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중증 이상반응 중 하나인 아나필락시스 환자를 휠체어에 옮기라는 방역당국 지침이 논란을 빚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똑바로 서거나 앉을 경우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평평한 장소에 눕혀야 하기 때문에 휠체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이 전국 1만1,000여 개 위탁의료기관에 배포한 '코로나19 예방접종사업 위탁의료기관용 지침'에 따르면, 접종자가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일 경우 해당 기관은 '휠체어나 들것, 혹은 스트레처카를 이용해 환자를 이동'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접종 모의훈련 때도 아나필락시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휠체어에 앉혀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저혈압 위험 때문에 눕혀야 한다는 의학적 상식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지침 내부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다. 휠체어를 쓰라고 해놓고는 뒤에 가서는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호흡 개선을 위해 주로 앉기를 원하지만, 환자를 의자에 앉히지 않아야 한다'고 해뒀다.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눕히는 게 원칙"이라며 지침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은희 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은 이날 "지침을 확인하고 해당 부분을 바로잡아 올바르게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당국이 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료진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은 "소소하다 해도 지침을 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빠진, 현장을 모르고 만든 지침"이라고 말했다.

변형규 대한의사협회 이사도 "접종대상이 확대되면서 백신 접종에 돌입할 위탁의료기관 대부분은 의원급"이라며 "인력과 시설이 뻔한 이들 기관에다 '접종희망자에게 전화예약을 받으라' '백신 접종 전후 대기자와 일반 진료 환자를 구분하라'고만 해두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 의사들의 고민을 조금 더 듣고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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