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족·변이·재접종 우려까지?... 11월 집단면역 난관 세 가지

입력
2021.03.31 04:30
8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보건소 접종실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보건소 접종실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는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형성해 일상을 회복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백신 물량 공급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면서 빨라도 6월이 지나야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의 ①백신 수급만 문제가 아니라, ②변이 바이러스 확산③면역 효과 지속 기간이란 변수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세 가지 요인을 잘 다루지 못하면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을 빚게 되고, 결국 올해 다시 백신을 맞아야 하는 재접종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서다.

①지연되는 백신 공급... "하반기 몰리면 의료체계 부담"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2차 접종 물량을 1차 접종에 활용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앞서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한국에 공급할 AZ 백신 물량을 34만5,000명분에서 21만6,000명분으로 줄였다. 인도 시기도 3월 말에서 4월 셋째 주로 늦췄다. 이로 인한 공백을 1분기에 도입된 AZ 백신 2차 접종 물량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추진단의 김기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이날 "AZ 백신 2차 접종 일정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2차 접종분을 1차 접종에 시행했다"고 밝혔다. AZ 백신은 1·2차 접종 간격이 8~12주로 긴 편이어서 우선 2차 물량을 1차 접종에 활용하고, 5~6월에 AZ백신 350만 명분이 들어오면 그 물량 일부를 2차 접종에 쓰겠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빼다 쓰는 방식인데 문제는 나중에라도 채울 수 있느냐다. AZ 백신 350만 명분은 5∼6월에,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은 4, 5월에 순차적으로 들어오는데 백신 확보전이 치열해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백신 도입이 지연되면 9월까지 3,500만 명에 대한 1차접종을 마무리 짓고 11월에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접종이 하반기에 몰릴 경우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은 "독감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접종 후 대기 시간이 길고 이상반응도 심각해 각 지역 응급실이 마비되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②변이엔 효과 10%대... 영국은 벌써 "9월 재접종"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날 기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는 289명이다. 영국 변이가 249명,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가 32명, 브라질 변이가 8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AZ 백신은 변이에 크게 취약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백신은 남아공 변이에 대해선 예방 효과가 10%대까지 떨어진다"며 ""남아공 변이가 국내에 상당히 퍼지게 되면 정부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AZ뿐 아니라 화이자와 모더나 등도 변이까지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영국 정부도 9월부터는 70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변이에 효과적인 새로운 버전의 백신을 추가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도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구매와 재접종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변이 백신에 대한 세계 각국의 선구매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백신 효과 6개월 이상 갈까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변수는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가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그래도 최소 3개월은 지속된다'는 정도다. 이건 접종 속도가 빠른 나라에서 구체적 데이터가 쌓여야 확답할 수 있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최소 기준이기에 3개월보다야 길겠지만, 6개월 정도 되는 독감 백신을 뛰어넘긴 어렵다고 본다. 김우주 교수는 "독감 백신은 6개월 정도 지나면 효과가 50%로 줄고 1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연구가 있다"며 "코로나 백신도 4~6개월 정도 효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한 차례만 접종하는 얀센 백신은 더 짧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효능이 짧아지면 5월까지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11월에 다시 접종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 구매는 물론, 그 외 대응책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로선 그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대답하거나 예상을 내놓기 어렵다"며 "정부가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워 두고 상황에 따라 발빠르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이라는 건 '환자 제로, 감염병 제로'인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큰 유행이 생기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며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개발, 생산, 보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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