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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용, 분통비용, 응원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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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히면 책임 못 져요.”
태어날 때부터 걷지 못했던 딸아이를 동네 어린이집에 입학시키려고 전화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7군데에서 거절당했다. 아이를 받아 준 어린이집은 언덕에 있어 매일 차로 등하원시켰다. 평평한 동네, 엘리베이터가 있는 초·중학교를 찾아 이사 왔다. 지금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몇몇 사립고등학교들은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다. 적당한 고등학교, 평평한 동네를 찾아 다시 한번 이사 가야 할 것이다. 친구는 이런 날 보고 ‘맹모삼천지교’라고 했다. 나는 이걸 ‘장애비용’이라고 부른다.
“목발 짚으니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들어요.” 다리를 다쳤던 지인의 이야기다. 목발을 이용하니 새삼 동네 병원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에 그렇게 많더란다. 어딜 가려고 해도 되도록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을 찾아야 해서 안 하던 검색을 해야 했다. 지하철에서는 바로 앞 계단을 놔두고 엘리베이터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탔던 버스도 단 두세 계단 오르기가 힘겨웠다. 그때서야 한 계단만 오르면 되는 ‘저상버스’의 개념을 알게 됐단다. 저상버스가 일반버스에 비해 띄엄띄엄 온다는 것도 알아차렸단다. 자연스럽게 택시를 더 많이 이용하면서 교통비가 50만원이나 늘었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조사를 보면 장애인들은 연간 1인당 127만5,000원에 달하는 ‘장애비용’을 낸다. 의료비, 교통비, 보호-간병비 순이다. 숨은 ‘시간비용’도 있다. '무의'에서 휠체어 이용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출할 곳의 접근 정보를 찾는 데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온종일도 걸린다. 대기시간은 또 어떤가. 휠체어가 들어가는 일반택시가 거의 없어서 대수가 적은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면 대기하느라 1~2시간을 길에 버린다.
‘분통비용’도 있다. 얼마 전 한 시각장애인은 자격증에 응시했다가 시험 전날에서야 “시각장애인 시험 편의를 제공할 수 없으니 응시료를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이런 분통비용은 가장 측정하기 어렵고 후유증도 크다. 휠체어 탄 딸이 지하철을 타면 쯧쯧거리는 사람들이 꼭 있다. “다니기도 불편하고 복잡한데 왜 나다니누?” 종이에 손 베이는 것 같은 무심한 말들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런 분통을 삭이기 위해 얼마 전 돈을 또 냈다. 이번엔 응원비용이다.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해 시위한 활동가들의 벌금 모금에 보탠 것이다. 이들은 시위를 하다 누적 벌금이 4,000만 원이 넘어 대신 감옥에 가는 ‘노역형’을 택했다. 다행히 모금이 잘되어 4일 만에 출소했단다.
내 딸은 태어나자마자 수술해야만 했다. 수술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고 장애를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남편은 이렇게 말했었다. “이 아이가 크면 장애인에게 편한 세상이 올 수도 있잖아.” 이제는 안다. 그런 세상은 거저 오지 않는다는 걸.
딸아이는 여전히 외출하면 ‘뭐하러 나왔냐’는 비아냥을 듣지만 이들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높인 덕분에 저상버스를 타고 외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니 가끔 장애인 활동가 여럿이 휠체어로 줄 서서 지하철을 타면서 시위하느라 운행시간이 지체되면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시라. 장애인들은 평생 다양한 장애비용을 감당해 왔으니. 꼭 ‘응원비용’을 입금하지 않더라도 이런 조용한 응원이라도 보내면 분통비용이 줄어든다. 그런 응원이 모이면, 사고로 골절상을 입더라도 택시비를 50만 원씩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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