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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공장 활용하고 석유와 바꾸고… 지구촌 '백신 확보전' 치열

입력
2021.03.30 15:22
수정
2021.03.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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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리 "노바백스 6000만회분 영국서 생산"
코로나 악화일로 베네수엘라 "석유와 바꾸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손에 쥐려 각국이 온갖 방법을 짜내고 있다. 자국 공장을 활용해 생산하는 건 기본이고, 석유와 백신을 맞바꾸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5,000만~6,000만회분의 노바백스 백신이 자국 내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태스크포스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노바백스 백신의 병입(甁入) 작업 관련 사항을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존슨 총리는 잉글랜드 북동부에서 백신 제조가 이뤄지고, 같은 지역 GSK 시설에서 병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자체 백신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영국 정부의 목표다.

영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과 벌인 백신 쟁탈전의 여파다. 최근 영국은 자국계 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에 공급할 백신 물량을 챙기느라 대륙 수출분을 줄였다고 의심하는 EU와 마찰을 빚었다. EU가 계약분을 받기 전까지 대륙에서 생산된 백신의 영국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양측의 앙금은 가라앉지 않았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국내 백신 생산 시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봤다”며 이번 합의로 영국에서 백신이 더 많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병입 조치는 또 미리 백신을 차지하기 위한 ‘입도선매’의 의미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GSK 병입 작업이 이르면 5월 시작되고 노바백스는 2분기에 승인 신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원료 물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EU와의 백신 공급 계약을 미룬 것으로 알려진 업체가 노바백스다.

베네수엘라는 영국보다 사정이 훨씬 급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28일 국영 방송에 나와 “베네수엘라는 유조선이 있고 우리 석유를 사겠다는 고객도 있다”며 “석유와 백신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교환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거칠지만 일단 가능한 방안부터 던진 셈이다.

베네수엘라의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다. 브라질발(發) 변이 바이러스가 인접한 남미국들로 퍼져 나가면서다. 정부 집계로는 누적 확진자 수 15만6,000여명, 사망자는 1,500여명 수준인데, 실제보다 축소됐으리라는 게 야권과 시민단체 추정이다.

형편이 이런데도 백신 구하기는 쉽지 않다. 부실 관리로 가뜩이나 생산력이 떨어진 데다 미국의 제재 탓에 매장된 원유가 많아도 정작 내다팔아 백신 살 돈을 버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석유와 백신의 맞교환이라는 고육책 아이디어가 나온 이유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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