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문 대통령 백신 바꿔치기? 바꿀 이유도 바꿀 수도 없다"

"AZ 백신 효능 화이자보다 높은데 바꿀 필요 없어"
"백신 주사기 뚜껑 씌우기, 질병청 매뉴얼대로 한 것"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협박 중단하라"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2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 때 '백신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 "바꿀 이유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떠도는 의혹의 요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효과 없고 불안전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 놓고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제시된 핵심 논거는 '백신을 추출한 후 주사기 뚜껑을 다시 덮었다'는 것이다.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기 교수는 이것이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백신 접종 매뉴얼에 나와 있는 절차라고 했다.

기 교수는 "접종할 때 접종받을 사람의 팔을 알코올 솜으로 소독하는데, 소독을 안 한 상태에서 백신을 추출한 주사기를 들고 있으면 바늘 끝이 오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사기 뚜껑을 잠시 덮어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뚜껑을 덮었다는 이유로 다른 주사기를 들고 나왔다는 주장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했다.

기 교수는 화이자가 아스트라제네카보다 효능이 좋아서 바꿔치기했다는 주장도 실제 데이터상 타당하지 않다면서 "이미 영국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좀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접종을 받은 종로구 보건소는 "예방접종센터가 아니기 때문에 (화이자 등의 mRNA 백신을 저장할 수 있는) 전용 냉동고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해당 논란과 관련, 대한간호협회는 29일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의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백신을 바꿔치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에 이어, 담당 간호사에 대한 신상 털기와 각종 욕설, 협박 그리고 조롱 등을 자행하는 모든 반이성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성명서에서 "간호사의 백신 접종 동작이나 동선, 리캐핑(recapping) 등의 모든 행위는 감염관리 지식에 기반을 둔 의료인의 정상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대한민국 보건 의료를 대표하는 전문가 단체의 책임감을 갖고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들은 안전하고 신속한 접종을 위해 사전에 예방접종 백신에 대한 지식과 접종 술기 교육을 받았고, 문 대통령에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도 합당한 임상적 판단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들 백신 맞는 이유 보고 집단면역 형성 낙관"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내 코로나19 백신 중앙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기모란 교수는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다툼으로 발생한 유럽발 백신 부족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추세로는 당국의 목표대로 백신 접종이 가능하며 집단면역 형성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민들이 자기 자신의 감염 우려보다 가족과 사회의 감염을 걱정해서 접종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크게 고무됐다고 밝혔다.

기 교수는 백신 수급과 관련, "2분기까지는 지금 화이자하고 아스트라제네카만 해도 1,240만 명분이고, 우리는 또 국내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시설에서 받을 것이기 때문에 해외처럼 그렇게 불확실성이 크진 않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얀센이나 모더나, 노바백스를 2분기에 받으려고 논의 중인데 그중 일부라도 2분기에 들어올 수 있게 되면 지금 1,200만 명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는데 접종을 받으려는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에 ①첫번째가 가족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가 한 80% 정도고, ②그다음에 사회를 위해서 집단면역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리고 ③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본인의 감염 걱정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방역 당국 목표대로 집단면역 형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기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미세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까지의 감염재생산지수가 저희 팀에서 한 모델링 결과로는 1.06 정도 나온다"며 2주 후 487명, 4주 후 529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대응책으로는 "검사를 더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