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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이 도로건설보다 덜 중요한가

입력
2021.03.30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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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민간병원에서 원장을 한 나는 경기도의료원장으로 출근한 첫날부터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업무를 접했다. 수원병원의 공공사업과에서는 무료이동 진료사업, 취약계층 진료비 지원사업, 가정간호사업을 하고 있고, 치과는 중증장애인 치과주치의사업을 하고 있으며 적정진료실에서는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있었다. 민간병원 원장으로서 병원의 흑자에 주로 신경 써왔던 나는 그날로 바로 공공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병원은 민간병원이 경영상 적자의 이유로 기피하는 취약계층 진료비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과 차별 없는 의료시혜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수원병원은 설립 100년이 지난 역사가 있는 병원이다. 하지만 규모는 170병상으로 종합병원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응급실에 넘치는 환자를 뒷받침해줄 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참고로 경기도의료원을 제외한 전국지방의료원의 평균 병상은 약 300병상 수준이다.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를 위한 고압산소치료기가 필요했음에도 규모면에서 효용이 적어 도입하지 못했을 때는 중소병원인 것이 아쉬웠다. 최근에 코로나19 전담병원이면서도 확진된 산모나 신부전증환자를 치료할 역량이 안 되어 대학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병원처럼 크기를 키워달라는 게 아니다. 병원으로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료원 소속 6개 지방의료원(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안성, 포천)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실정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에 인구가 1,300만 명이며, 지역도 광범위하다.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병원이 충분하고, 그나마 의료원이 있는 6개 지역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부족한 지역이 많다. 의료자원이 충분한 곳도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은 필요하다. 공공병원이 많이 필요한 이유이자 지역 간, 계층 간 의료격차를 줄이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는 경기도 12개 지역, 전국적으로는 70개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아직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지방의료원 육성을 위해서는 먼저 예산을 쥐고 있는 중앙부처나 국회, 지방자치단체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필요했다 해도 이제는 국민건강을 위해 병원을 짓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공병원을 지역별로 골고루 신축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되어야 한다.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지역에 골고루 병원이 지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방 공공병원이 구하기 어려운 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의 확보도 시급히 풀어야 할 것이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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