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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승패가 대선까지 간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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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2일(금요일)부터 재·보궐 선거 사전 투표가 진행된다. ‘스윙보터’들의 표심도 이제 거의 결정된 시점이다.
이번 선거는 여당이 시작부터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고 여론조사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먼저 여당 소속 전임 서울·부산시장의 성비위에 따른 궐위로 인해 임기 1년 남짓의 시장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가 실시되고 있는 것 자체가 여당의 문제다. 둘째, 대통령 임기 5년차에 벌어지는 선거는 필연적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평가가 중심일 수밖에 없다. 셋째, 선거 국면에서 LH 사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라는 정권에 큰 부담이 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민심이 악화됐다.
여당의 어려운 문제들을 뒤집어 보면 야당의 유리한 포인트가 된다. 게다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연달아 ‘심판’을 받은 야당의 각오는 예전과 달라 보인다. 내부 경선과 단일화 과정을 통해 중도화와 확장성 강화 쪽으로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 제1, 2의 도시인 서울, 부산의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선거의 정치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번과 ‘데칼코마니 선거’라는 이야기가 많은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대통령 임기 4년차 MB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화된 데다 당시 여당 시장의 사퇴로 발생한 정치적 빅이벤트였다. 그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과 시민사회, 여기에 장외의 안철수까지 힘을 모아 박원순을 내세웠고, 여당에 낙승을 거뒀다. 하지만 여당은 패배 이후 위기감 속에서 비주류 수장인 차기 주자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주며 혁신에 몰두했고 1년 후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대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실시된 2002년 6월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민주당은 광주, 전남북과 제주도를 지키는 데 그쳤다. 선거 기간 중 “영남권 광역단체장을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와 드라마틱한 단일화 등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며 그해 12월 대선에서는 승리를 거뒀다.
물론 반대의 사례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1년 전 2016년 총선에서 온갖 무리수를 써서 스스로 지지층을 무너뜨렸고 패배 이후에도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하는 등 몰락을 자초한 끝에 결국 이듬해 탄핵을 맞이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당·청 갈등과 내분 속에서 2006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연이어 참패했고 그 후에도 당·청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 대선에서는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다.
패배를 쇄신과 변화의 계기로 삼은 경우엔 결승전 격인 대선에서 이겼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정권을 내놓았다. 반대로 승리한 쪽도 안주한 경우와 기세를 멈추지 않고 밀어붙인 경우에 따라 대선 결과가 엇갈렸다.
이번 4·7 재·보선과 내년 3월 대선의 상관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 승리하는 쪽이 기세를 올리겠지만 내년 승리가 그대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민심의 저류(底流)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느냐에 따라 내년 결과가 결정될 것이다.
여당의 경우 만약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반전의 계기를 찾을 여지는 충분하다. 국회 의석수를 비롯한 기본 자산이 워낙 두텁다. 대통령과 차별적 이미지를 가진 대선주자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 후반부로 가면서 ‘반성’에 대한 언급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부터 여당 지도부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략적 혼선도 함께 드러났다. 반성의 방향이 불명확하다. 예컨대 “총선에서 범여 180석이나 되는 의석을 몰아줬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것과 “오만과 독선으로 밀어붙였을 뿐 민생과 민심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것의 공통점은 ‘죄송하다’뿐이다. 반성의 방향도, 수반되는 변화의 방향도 정반대다.
4·7 재·보선 이후 곧바로 이어질 당대표 경선의 쟁점도 이 대목일 것이다. 집토끼, 강성 지지층을 대변하는 전자의 흐름과 산토끼, 중도층으로 확장성을 중시하는 후자의 흐름이 충돌하고 논쟁해서 민심을 수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원들은 상대적으로 중도확장성과 본선경쟁력이 강한 박영선, 김영춘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선거 상황이 나빠지자 집토끼 쫓기, 네거티브 공세 쪽으로 화력이 집중됐다.
재·보궐 선거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3파전 양상인 차기 당대표 경선이 혁신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선명성 경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 전체 지지율이 낮아질수록 강성지지층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역설적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명성 경쟁 끝에 대표가 선출된다면 여당과 민심의 괴리도는 더 높아지게 된다. 국정운영에서도 당의 주도권이 더 강해질 것이고 곧바로 전개될 대선 후보 경선도 그 자장(磁場)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여권이 서 있는 판 자체가 나빠진다는 이야기다.
야당은 이번 선거의 경우엔 ‘약이 되는 패배’란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에 진다면 1야당은 공중분해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중도파인 '수도권-초선'과 보수파인 'TK-중진'이 쪼개질 것이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퇴장당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감당하기 힘든 구애경쟁을 받은 끝에 과부하에 시달리는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야당이 이번에 승리한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활로 하나가 열리는 정도다. 어쨌든 매우 소중한 활로다. 야권 입장에서 이미 지지층의 ‘밭’이 좋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 신호다. 전통적 지지층은 연이은 패배를 통한 학습효과로 전략적 판단에 능해졌고, 여권에서 이반한 중도층이 합류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총선만 해도 당을 좌지우지했던 강성 보수 유튜버의 영향력은 미미해졌다. 현재로선 야당 지지층이 여당 지지층보다 더 전략적이고 목적지향형이다.
지지층이 변하니 리더들도 변하고 있다. 대중과 터무니없이 괴리된 언행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2007년 대선을 앞둔 박근혜 정도의 리더가 스스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당 자체가 강력한 경우가 아니라면, 확장성과 진영에 대한 당의 구심력이 동시에 강해지기는 어렵다.
야권 전체의 확장성이 강해지는 것은 오히려 윤석열의 에너지원이 된다. 경선이 될지 단일화가 될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인사가, 오세훈이 안철수에게 그랬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누르고 완전한 승복까지 받아낸다는 시나리오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4·7 재·보선 결과와 무관하게 김종인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떠나게 된다. 다시 야인의 자리로 돌아가서 윤석열 전 총장의 손을 잡고 정권교체의 명분으로 국민의힘을 거꾸로 압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 상황에서 정진석, 조경태, 홍문표 등 이미 위상이 낮아진 국민의힘 중진들이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합하게 된다. 여기서 선출된 대표의 정치력과 그가 이끄는 1야당의 구심력이 지금보다 더 강하긴 어려울 것이다. 대표 선출 과정에서 “국민의힘 중심성을 강화하겠다” “보수의 구심을 세우고 ‘자강(自强)’하겠다”는 후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한 더 큰 중도화의 흐름, 그 상징으로서의 윤석열을 주체적으로 수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대표 경선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하더라도 1야당의 다음 숙제는 ‘어떻게 자기 담을 더 허물 것이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조차도 이번 선거에서 이겼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과거 대선, 서울시장선거 등에 참모로 참여했고 국회에서도 활동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에서 위기관리와 캠페인 전략을 컨설팅하며 각종 언론매체에서 한국정치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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