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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부품도 변화, 카센터는 사라질 수도

입력
2021.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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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품업체도 전기차 시대 맞춰 변신
디지털사이드미러 개발 에스엘미러텍
기계 부품 업체, 정비업소 일자리 감소

에스엘미러텍 전기차 디지털미러 생산라인 및 개발자. 배우한 기자

에스엘미러텍 전기차 디지털미러 생산라인 및 개발자. 배우한 기자

25일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 자리한 에스엘(SL)미러텍. 아직은 거울을 이용한 사이드미러를 더 많이 만들고 있지만 전기차 시대를 내다보고 카메라와 OLED 모니터로 디지털사이드미러를 개발한 곳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일반 사이드미러를 조립하는 라인이 즐비했다. 디지털사이드미러 생산 라인은 가장 안쪽에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이 라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방진복을 입고 클린룸을 통과해야 한다. 디지털사이드미러는 사실상 전자제품이라 항온 항습 조건과 정전기 방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스엘미러텍이 디지털사이드미러 개발에 나선 건 6년여 전이다. 일반 사이드미러는 시야가 가로 22도, 세로 18도밖에 안 돼 사각지대가 생긴다. 디지털사이드미러는 가로 38도, 세로 24도까지 볼 수 있어 훨씬 안전하다. 후방 접근 차량 탐지도 정확해 추월할 타이밍도 쉽게 알 수 있다. 밤이나 비가 올 때, 터널 통과시 시인성도 높다.

이곳에서 만든 디지털사이드미러는 아이오닉5에 장착된다. 양산차 가운데 카메라형 사이드미러를 처음 적용한 아우디의 e-트론보다 시야가 더 넓고 밝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트론의 경우 카메라형 사이드미러의 크기가 작아 날렵하지만 뒷바퀴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이군모 대표는 “전기차가 늘어나며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도 시작됐다”며 “유럽 기준을 통과한 만큼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사이드미러를 개발해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에스엘미러텍의 이군모 대표이사. 배우한 기자

디지털사이드미러를 개발해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에스엘미러텍의 이군모 대표이사. 배우한 기자

전기차 시대에 맞춰 변화를 서두르는 부품 업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잖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엔 2만~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반면 전기차는 부품수가 1만4,000~2만 개로 30%가량 적다. 그만큼 일감이 줄어드는 셈이다. 자동차 전후방 산업이 전체적인 구조조정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정비업도 암울하다. 정비는 주로 점검이나 사고가 났을 때 판금과 도색 등을 위해 찾는 종합정비업(1, 2급)과 흔히 ‘카센터’로 불리는 전문정비업(3급)으로 나뉜다. 전문정비업소는 전국에 3만3,000여 곳이 있는데, 엔진오일이나 필터 교환이 주력이다. 그런데 전기차는 엔진오일을 바꿀 일이 없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카센터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전문정비업소 70%는 1인 사업장인데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업종 전환이 쉽지 않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점차 전기차가 늘어나면 정말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 수도 줄어드는 만큼 완성차 조립 라인에 투입되는 인력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10% 안팎의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기차 생산 라인 투입 인원수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는 대리점 중심의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비대면 확대로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건 판매노조와 영업사원, 딜러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니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란 전망도 없잖다. 전기· 전자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충전기가 설치된 곳의 일반 차량 주차 문제를 비롯해 새로운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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