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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독주? 전기차 쏟아지는데 충전 인프라는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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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17일 서울 용산구 강변북로 옆 현대차 원효로사업소. 1968년 현대차가 처음으로 세운 직영 서비스센터인 이곳에선 더 이상 내연기관 자동차를 수리하지 않는다. 대신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통해 양산되는 ‘아이오닉5’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전계약만 4만 대를 넘긴 ‘아이오닉5’의 앞모습은 사각 픽셀 모양 전조등이 로봇과 레고 블록을 떠올리게 했다. 크기는 투싼과 비슷한 정도. 운전석에 앉자 애플 아이패드 2개를 이어 놓은 듯한 하얀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었다. 다소 휑한 분위기의 테슬라 전기차와 달리 아이오닉5는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바닥은 평평하고 실내 공간은 그랜저에 견줘도 될 만큼 넉넉했다. 앞뒤 바퀴 축간거리(휠베이스)가 3m에 달한다. 뒷좌석을 접으면 누울 수 있어 차박도 가능하다. 캠핑을 할 경우 차량 배터리는 전원 공급원이 된다. 노트북과 전열기기, 헤어드라이어까지 콘센트에 꽂아 쓸 수 있다. 차량 옆엔 바리스타 로봇과 카페도 마련돼 있었다.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지만 초급속 충전 시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18분 만에 80%까지 충전된다는 걸 강조하는 위한 설정이다.
시승은 25일 경기 시흥시에서 했다. 전체적인 주행감은 기존 하이브리드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코너에서 드러났다. 회전할 때 반대쪽으로 밀리는 걸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깔아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게 중심이 낮다. 회전 시 쏠림이 그만큼 적고 전복 가능성도 낮다. 가속 페달을 밟자 변속이 필요 없어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운전의 재미는 결코 내연기관차에 뒤지지 않았다. 전기차가 대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성큼 다가온 전기차 춘추전국시대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의 독주 체제였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324만 대의 전기차 가운데 44만 대가 테슬라였다. 그러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어온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이 작심하고 양산 전기차를 내놓으며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아이오닉5도 그중 하나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출시될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는 150종에 달한다. 내년 말까지 가면 500종으로 늘어난다. 테슬라 주가는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전기차 시대는 예상보다 일찍 열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기차 시대를 더 앞당겼다. 코로나19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각국 정부가 경제 재건 정책으로 그린뉴딜을 채택하며 친환경차 수요가 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선언했다. 독일도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을 3,000유로에서 6,000유로로 늘렸다. 비대면 수요로 자율주행과 음식 배달, 택배 서비스가 가파르게 성장하며 모빌리티는 더 중요해졌다. 임두빈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자동차의 심장과 두뇌가 바뀌는 미래 자동차 혁명이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엔 58%로 봤다.
5년 후면 내연기관차 사라지는 국가도
심지어 더 이상 내연기관차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자동차 업체도 이어지고 있다. 볼보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헨릭 그린 볼보 최고기술책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38만 대의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량 2위를 기록한 폭스바겐은 올해는 100만 대 목표를 세웠다. 최근엔 배터리까지도 자체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GM도 2035년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2030년부터 유럽에선 전기차만 판매할 예정이다. 벤틀리도 2026년까지 모든 모델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 영국은 2030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 5년만 지나면 일부 국가에선 내연기관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된다.
이미 노르웨이에선 내연기관차 퇴출이 현실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차 중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비중이 50%를 넘은 데 이어 지난달엔 이 수치가 80%에 육박했다. 노르웨이는 1990년부터 전기차를 구매할 때 부가가치세(25%)를 면제하고 통행료와 주차료 할인, 버스 전용 차로 통행도 허용했다.
배터리 충전 방식 앞서가는 중국
중국도 전기차 춘추전국시대의 한 축이다. ‘BYD’가 지난해 내놓은 전기차 모델 ‘한’(漢)은 1회 주행거리 600km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로백(시속 100km 도달 시간)도 3.9초에 불과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배터리 셀을 모아 모듈, 이를 다시 쌓아 팩을 만드는데 BYD는 설계 혁신으로 모듈을 없앴다. 또 다른 전기차 업체 ‘니오’는 다 쓴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미리 충전해 둔 새 배터리로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배터리를 임대해 쓰는 만큼 차 가격도 낮아진다. 중국 정부도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를 신인프라로 지정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은 고속도로에서 자동으로 차선을 바꾸고 앞차도 추월할 수 있는 자율주행시스템 기술력을 자랑한다.
화재와 충전 인프라가 대중화 과제
그러나 전기차가 대세가 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국토부는 지난달에도 코나 전기차 등 3개 차종 2만 6,00여 대에 대해 자발적 시정조치(리콜) 명령을 내렸다. 화재 시 구조가 어렵다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충전 인프라 확충은 전기차 확장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집밥(집에서 충전을 하는 것)이 없다면 전기차 사용자는 충전소를 찾아 헤매야만 한다. 충전 스트레스로 인해 전기차를 포기하는 이들도 적잖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느리고 숫자도 부족하다”며 “그나마 설치된 충전기도 충전 수요가 큰 휴게소보다 충전 수요가 많지 않은 공공기관에 몰려 있어 미스매치와 비효율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초급속 충전을 하면 30분이라고 하지만 완속 충전을 하면 8시간 안팎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주행거리도 논란이다. 겨울엔 배터리 성능이 떨어져 조마조마하며 운전을 해야 할 판이다.
결국 미래 전기차 산업의 기회를 잡고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리서치본부장은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생태계가 풍부해진 건 다른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충전기를 깔고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시켰기 때문”이라며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야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경쟁력을 갖춘 벤처도 등장해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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