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천추에 남을 대역죄'...'막말'이 휘젓는 서울시장 선거

입력
2021.03.28 20:20
수정
2021.03.28 21:4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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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박영선(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용산구 용문시장 사거리에서 유세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박영선(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용산구 용문시장 사거리에서 유세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공식선거운동 초반부터 '막말'로 점철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로 좁혀지다 보니, 상대 후보를 조금이라도 더 깎아내리기 위한 각 후보 측의 거친 발언이 선거판을 휘젓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고질병처럼 도지는 막말 공방이 격화하면서, 정치권을 향한 유권자들의 불신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쓰레기' '극우정치인' 등의 표현으로 깎아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8일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순간 광화문광장은 태극기 부대의 난동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라며 "극우 정치인이 공직을 맡게 되면 증오의 정치로 국민이 분열하고 민주주의 가드레일이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에서 “4월 7일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자”며 “내곡동 땅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는 쓰레기인가 아닌가, 쓰레기다”라고 오 후보를 '쓰레기'로 비유해 비판이 제기됐다.

오 후보도 현 정부의 실정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면서 거친 언사를 동원해 논란이다. 그는 27일 성북구 유세에서 "일자리 못 만들고, 빈부격차 해소 못하고, 주택가격 오른 건 천추에 남을 큰 대역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비유법을 쓰면 망언이라고 하니 직설적으로 얘기하겠다.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앞서 오 후보는 26일 강서구 유세에서 “제가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며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나”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중증 치매환자' 발언 직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제 요청을 했지만, 오 후보는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문제는 양측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막말' 발언만 지적할 뿐 이에 대한 내부적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선거가 다가올수록 양측이 총력전을 펼치면 앞으로 더 심하고 자극적인 발언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치혐오로 이어져 안 그래도 낮은 보궐선거 투표율을 더 낮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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