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막말 선거로 가고 있다. 정치사에 드문 일은 아니나 조금씩 수준을 높여온 역사를 되돌리는 일이다. 지난해 총선 때 막말로 악명 높던 정치인 상당수가 낙선한 사실을 떠올리길 바란다. 후보와 캠프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
중도층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막말은 ‘선거 다 이겼다’는 오만을 드러내는 듯하다. 그는 지난해 개천절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집값 안정' 발언을 두고 “중증 치매환자의 넋두리 같은 소리”라고 언급했다가 논란이 되자 26일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하나”라고 반박했다. 27일엔 "비유만 쓰면 망언이냐"며 또다시 "대역죄"라고 했다. 그나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재에 나선 것은 당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힘은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에 징계를 내렸다가 번복하는 최악의 대응으로 중도 표를 바닥까지 쓸어 내다버렸다. 오 후보가 비판과 모욕을 구분 못하고 막말을 계속한다면 중도는 다시 등을 돌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윤호중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유세장에서 오 후보를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라고 지칭하며 “쓰레기”라고 언급했다. 박 후보도 20대의 지지가 낮은 이유에 대해 “20대는 과거 역사에 대해 경험치가 낮다”고 답했다가 ‘20대 비하’ 지적을 받았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라고 하는데 전두환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아 비교하기 어렵다는 20대의 말을 전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유권자 탓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문제다.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은 3기 암 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반감을 자아냈다. 부산시정의 위기를 비유한 것이지만 적절치 않은 표현이었다.
선거판의 막말은 내세울 다른 이슈가 없음을 반증할 뿐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막말에 선동되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게 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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