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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벼랑 끝 전술 쓰나... "ITC 조치 이뤄지면 미국 배터리 공장 포기"

입력
2021.03.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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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에 청원서 제출...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 시사?
SK-LG 합의금 액수 이견...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사활?
김종훈 의장 등 SK 경영진들, 미국 총출동해 아웃리치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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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제품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TC 결정에 대한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다음 달 11일)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SK, ITC에 구제명령 유예 요청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자사의 미국 배터리 사업을 10년간 금지한 ITC의 ‘구제명령(remedial orders)’을 유예해달라고 최근 ITC에 청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청원서에서 “ITC의 구제명령은 재앙적(catastrophic)”이라며 “SK뿐만 아닌 미국의 공익에도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사업의 철수 가능성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수십억 달러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ITC 명령은 결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포기(abandonment)로 이끌 것이고, 이 프로젝트가 창출할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미국 사업 철수까지 언급하며 벼랑 끝 전술에 나선 배경엔 LG에너지솔루션 간 합의를 통한 배터리 분쟁 해결 가능성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이사는 26일 열린 제14기 주주총회에서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5,000억 원대 합의금을 제시한 것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이 3조 원대를 원하자, 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SK의 미국 철수는 바이든 행정부에도 곤혹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막판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용 배터리 1공장(9.8GWh)과 2공장(11.7GWh)을 건설하고 있다. 각각 내년 1분기, 내후년 양산이 목표로 총 투자 규모는 3조 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 철수가 이뤄지면 대선 슬로건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통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정권 초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도 현재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해 전방위 아웃리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김종훈 의장은 미국 내 정치권과 기업 등에 두터운 인맥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김 의장의 발언이 가볍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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