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LH 사태에 주변적 대응 몰두
부동산정책 성공, 신뢰회복에 달려
정책 부작용 인정·사과가 시발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미뤄졌다. 3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고, 4월 국회 통과도 불투명하다. 여야가 신속ㆍ신중 처리 입장으로 갈린 게 걸림돌이 됐다. 주요 법안의 꼼꼼한 심사는 당연하다. 하지만 2013년부터 논의된 법안이다.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 금지, 위반 시 중형에다 수익의 몇 배에 달하는 벌금 병과가 주내용이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자가 미공개 정보로 이득을 취했다간 패가망신에 쪽박까지 차게 되는, 강력한 법안이다. 법 적용 대상인 국회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멈칫하는 이유일 것이다.
법안이 통과돼도 신도시 땅 투기로 공분을 산 LH 직원들에겐 소급 적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노한 국민을 달래려면 이 법안의 처리를 필두로 공직자 부패 척결 의지를 확고히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의아하다. 4ㆍ7 재ㆍ보궐선거 때까지 LH 사태를 전략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야당은 그렇다 쳐도 여당의 굼뜬 행보는 왜 그런가.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는 기세등등하던 슈퍼 여당 아닌가.
LH 사태는 4ㆍ7 재ㆍ보궐선거 최대 이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와 더불어민주당 지지도의 최저치 갱신도 LH 사태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은 사태 수습과 선거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태의 맥락과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채 의례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응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태 직후 일주일간 6차례나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지시했다. 하지만 고작 투기 의심자 7명만 찾아낸 전수조사 결과로 비판 여론만 들끓었다. 차명거래 때문에 성과가 없을 거라는 예측대로였다. ‘검토’뿐인 급조 재발 방지책과, 위헌성 문제로 ‘부당이익 환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되면서 정부·여당의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적폐 청산” 발언, 여당의 ‘2013년 택지개발부터 특검 수사’ 주장 등 전형적인 전 정부 탓 ‘물타기’는 역풍만 불렀다. 뒤늦게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물러나게 했지만 ‘시한부 장관’ 역할을 부여해 ‘경질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고개를 숙였으나 역대급 공시가격 인상과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신화’에 대한 믿음이 재확인된 재산공개가 겹치며 민심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여당의 패착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좌절 차단이라는 ‘절대 과제’를 부여잡은 채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 때문이다. 다주택자 중과, 공시가격 현실화 등 규제ㆍ공급 강화는, 비록 정책의 역효과가 나고 정책 순위 결정에 잘못이 있긴 했지만, 방향성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 정책 특성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시장의 불만과 불신을 자초한 것이 잘못이다. 전체의 3분의 2가 LH 주도의 공공개발 추진 방식인 2ㆍ4 대책을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LH에 계속 맡기는 걸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 수사나 대책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더 절실한 시점에 차질 가능성이 높은 2ㆍ4 대책 시행을 서두르고, 부패 근절에 필요한 법안 처리를 미루자면 어쩌자는 건가.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선거전에 개의치 말고 LH 사태의 근본 원인 제거를 위해 과감히 메스를 들어야 한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신속한 처리로 정치인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공직자 부패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국민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야 한다. 그 시작은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의 실패 부분과 부작용에 대한 인정, 정책 수립ㆍ집행 과정의 불통에 대한 사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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