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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 "잘못 뼈에 새길 것"... PD·감우성도 사과

입력
2021.03.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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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결정 하루 뒤인 27일 잇따라 사과문 내

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 태종을 연기한 배우 감우성. SBS 방송 캡처

드라마 '조선구마사'에서 태종을 연기한 배우 감우성. SBS 방송 캡처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퇴출당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가 27일 "역사 속 큰 족적을 남기셨던 조선의 건국 영웅분들에 대한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 안이한 판단을 한 점에 대해 크게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드라마를 연출한 신경수 PD를 비롯해 태종을 연기한 감우성 등 출연 배우들도 잇따라 사과문을 냈다.

박 작가는 드라마 홍보사를 통해 "사려 깊지 못한 글쓰기로 지난 며칠 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역사 왜곡은 추호도 의도한 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연출한 신경수 PD. 연합뉴스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연출한 신경수 PD. 연합뉴스

'조선구마사'는 판타지를 빌미로 태종을 환영을 보고 백성을 학살하는 캐릭터로, 훗날 세종이 될 충녕대군을 유약하게 그려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식 공간과 소품이 배경으로 쓰이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실존 인물을 역사와 달리 그려내려면 창작적 명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다, 드라마에 중국색까지 묻어나 시청자의 공분을 산 것이다. 3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80% 촬영이 완료된 드라마가 싸늘한 여론에 사라지는 방송사 초유의 선례를 남기게 된 배경이다.

이에 대해 신 PD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역사 속 인물들의 실명을 쓰면서 인물의 스토리구성이나 표현에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며 "이에 책임감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고 책임을 통감했다.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스튜디오플렉스 등 제공

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스튜디오플렉스 등 제공

배우들도 잇따라 머리를 숙였다.

감우성은 이날 소속사인 WIP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려 "'조선구마사'가 역사의 실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드라마가 아닌 악령을 매개로 한 허구의 스토리라 하더라도 실존 인물을 통해 극을 이끌어 가야하는 배우로서 시청자분들께 역사왜곡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배우로서 보다 심도 있게 헤아리지 못해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 송구스럽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충녕대군을 연기한 장동윤은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우매하고 안일했기 때문이다.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을 간과했다. 큰 잘못이다"라고 소속사인 동이컴퍼니 SNS에 글을 올렸다.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배우 장동윤(맨 왼쪽부터), 감우성, 박성훈, 김동준. 스튜디오플렉스 등 제공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배우 장동윤(맨 왼쪽부터), 감우성, 박성훈, 김동준. 스튜디오플렉스 등 제공

양녕대군을 연기한 박성훈은 "창작과 왜곡의 경계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고 자필 사과문을, 양녕대군의 첩 어리 역을 맡은 이유비는 "역사 왜곡 부분에 대해 무지했고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는 글을 각각 SNS에 올렸다.

극 중 사당패 벼리 역을 맡았던 김동준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역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같은 사당패에서 혜윰 역을 연기한 금새록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선택하며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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