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부부가 같은 성(姓) 써야 하는 日, 이제 바뀔까

입력
2021.03.29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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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카와 다마요 자민당 참의원은 도쿄올림픽 장관과 한국의 여성가족부 장관에 해당하는 남녀공동참여담당 장관도 겸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달 부부별성 제도에 반대하는 서한에 다른 자민당 의원들과 함께 서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본인은 같은 당 오쓰카 다쿠 중의원과 부부인데 정치 활동을 할 때는 마루카와라는 성을 쓴다. 부부 별성제 반대파들은 이런 방식이면 불편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외국인 관중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5자 회의 후 발언하고 있는 마루카와 장관. 도쿄=AFP 연합뉴스

마루카와 다마요 자민당 참의원은 도쿄올림픽 장관과 한국의 여성가족부 장관에 해당하는 남녀공동참여담당 장관도 겸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달 부부별성 제도에 반대하는 서한에 다른 자민당 의원들과 함께 서명해 논란을 일으켰다. 본인은 같은 당 오쓰카 다쿠 중의원과 부부인데 정치 활동을 할 때는 마루카와라는 성을 쓴다. 부부 별성제 반대파들은 이런 방식이면 불편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외국인 관중을 받지 않기로 결정한 5자 회의 후 발언하고 있는 마루카와 장관.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인 여성 기무라(이하 가명)씨는 결혼하면서 ‘부부 동성’을 규정한 법에 따라 성(姓)을 남편과 같은 마쓰다로 바꾸었다. 10년 후 남편과 이혼하면서 그는 다시 기무라로 돌아왔다. 하지만 회사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이혼 사실이 알려졌고, 이혼 후 자신이 키우게 된 아들의 성도 바뀌어 아들의 학교에까지 이를 알려야 했다.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하는 일본에서 기무라씨 같은 사례는 흔하다. 민법 750조에 의해 이혼하거나 사별하지 않는 이상 부부는 다른 성을 쓸 수 없다. 하지만 성을 바꾸는 쪽은 직장과 관공서에 신고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업무상 만나는 상대방에게도 새 명함을 주면서 결혼이나 이혼 등 개인사를 불가피하게 알리게 되는 등 큰 불편을 겪는다. 성을 바꾸면서 자신이 상대방 집안에 속하는 것처럼 느껴, 독립적인 정체성이 침해 받는 듯한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법적으로 남편이 아내의 성을 따라도 되지만 실제로는 96%의 부부에서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므로 이런 불편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수십년 전부터 원하는 사람에 한해 각자의 성을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는 ‘선택적 부부 별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여론이 높다. 하지만 “가족이 다른 성을 쓰면 일본의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흔들린다” “가족의 정이 사라져 자녀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자민당 보수세력의 반대로 아직까지 법제화되지 못했다.

이랬던 자민당 내에서 최근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도입에 대한 토론이 시작됐다. 자민당 의원 100여명이 참여를 표명한 ‘선택적 부부 별성제의 조기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의원 연맹’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설립 총회를 열었다. 회장은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전 방위장관이 맡았고,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장관 등 자민당 내 유력 인사도 참여했다. 이 연맹의 설립 취지문에는 “부부 동성을 강제하는 현행 제도는 개인의 존엄을 확보하는 형태로의 재검토가 불가결하다”고 적혀 있다고 도쿄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맞서 선택적 부부 별성제 도입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다음달 1일 ‘결혼 전 성의 통칭(通?) 사용 확대를 촉진하는 의원 연맹(가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결혼 전 성의 통칭 사용’이란 호적에만 성을 바꾸어 등록하고 직장 등에선 예전 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부부 별성제를 굳이 도입하지 않아도 불편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세금이나 사회보험, 급여 이체 등은 여전히 호적 상 이름이 필요하므로 이를 허용하는 기업에선 한 사람에 대해 두 가지 이름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根弘文) 전 외무장관이 앞장서 조직한 이 모임 참여인사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장관,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전 납치문제 담당장관 등 보수색이 강한 의원들이다. 현재까지 참여 의원 수는 별성제 도입 찬성파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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