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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운맛으로 세계를 울린 ‘K-푸드 선구자’ 신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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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창업주인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향년 92세로 눈을 감았다. 56년간 농심을 이끈 신 회장은 국민 라면인 신라면(1986년)과 짜파게티(1984년)를 개발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스낵 새우깡(1971년)을 탄생시켰다. ‘라면의 거인’이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푸드’의 선구자다.
농심에 따르면 고(故) 신춘호 회장은 1930년 12월 1일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났다. 5남 5녀 중 삼남이고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부산 동아고와 동아대를 졸업한 고인은 부산 국제시장에서의 장사로 사업 인생을 시작했다. 신격호 회장이 일본 사업에 집중하자 1958년 롯데 부사장을 맡아 국내 제과사업을 이끌다 1963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다. 고인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빨랐던 일본에서 조리가 간편한 라면이 인기를 끄는 것에 주목했다.
라면 사업을 놓고 형과 갈등을 빚던 1965년 500만원의 자본금으로 롯데공업을 설립했다. 롯데공업은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며 롯데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농심은 ‘농부의 마음’이란 뜻이다.
라면 사업 진출 당시 고인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값이 싸면서 맛이 좋고 영양도 충분한 라면을 통해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회사 설립 초기부터 별도의 연구개발 두서를 뒀다. 일본 기술을 도입하면 라면 개발이 한결 쉬웠겠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라면은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라면에 대한 그의 애정과 한국의 맛을 구현하려는 고집이 신라면과 짜파게티,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등 수십 년간 사랑 받는 메가히트 라면들의 출발점이었다.
농심은 1985년 이후 국내 라면 업계에서 36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라면 매출은 2조 원을 돌파했고 신라면 단일 상품 수출액은 4,400억원이 넘는다.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현재 국내 라면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 2위다.
특히 1991년부터 국내 시장을 석권한 신라면은 지금도 하루 평균 300만 개가 판매된다. 국내 전체 라면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일본 미국 홍콩 대만 100여 국에서 신라면을 만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특유의 얼큰한 신라면을 먹으며 땀을 흘리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은 일본라면보다 3, 4배 비싼 값에 판매된다.
2018년 중국 인민일보는 신라면을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선정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신라면블랙에 '세계 최고의 라면'이란 영예를 안겼다.
고인은 라면 이외에 1971년 새우깡을 만들어 한국 스낵의 역사도 손수 시작했다. 새우깡 개발에는 4.5톤 트럭 80여 대 분의 밀가루가 투입됐다. “손이 가요 손이 가”란 CM송으로 유명한 새우깡은 50년이 흐른 지금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 스낵이다.
고 신춘호 회장은 창의적인 브랜딩으로도 정평이 났다. 그 중에서도 신라면은 단연 최고로 꼽힌다. 지금이야 신라면이 익숙해도 출시 때는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적이 없어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작명이 중요하다며 고인이 직접 임원들을 설득한 결과다. 여기에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란 광고 카피도 고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이외에 어린 딸의 발음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새우깡, 유기그릇으로 유명한 지역명에 제사상에 오르는 ‘탕‘을 합성한 안성탕면,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한 짜파게티 등 농심의 히트상품 이름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고인의 마지막 작명은 지난해 10월 농심이 출시한 옥수수깡이다. 농심에 따르면 고인은 “원재료를 강조한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이 있고 이 제품도 다르지 않으니 옥수수깡이 좋겠다”고 했다.
고인은 1954년 김낙양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앞으로 농심은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이끌어간다. 신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42.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5시, 장지는 경남 밀양시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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