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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어진 거리두기 기준, 또 바뀐 방역수칙… 피로감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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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또 한 번 연장된 것을 두고 "방역당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 수가 줄지 않으니 단계를 낮출 수는 없고, 선거 등을 의식하자니 방역 고삐를 더 죄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세세한 방역수칙만 변경하는 사이, 거리 두기 단계 기준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국민들의 피로감만 오히려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를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주 연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15일 이후 두 달가량 같은 거리 두기 단계 조치가 이어지게 됐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수도권의 경우 넉 달째 계속된다.
사실 확진자 숫자만 놓고 보면 단계를 다시 올려야 한다.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주 평균 하루 국내 발생 확진자 수가 약 414명으로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94명으로, 지난달 19일(561명) 이후 35일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정부는 확진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지 말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거리 두기 단계를 높이면 다중이용시설 운영 규제가 강화되는데, 현재의 감염 양상은 다양한 공간에서 기본적인 수칙들이 지켜지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관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생활방역위원회 회의에서 모두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정이란 반응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숫자상으로는 올리는 게 맞지만, 선거라는 변수까지 있어 단계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가능한 한 규제를 풀어주자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인데,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4차 대유행 위험도 있어 현 상태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거리 두기 단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3차 대유행이 확산된 초기부터 스스로 만든 거리 두기 단계 조정 기준을 무시하고 '2단계+α' 같은 복잡한 절충안들을 계속 내놓는 바람에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방역 정책이 결정된다는 인식을 줬다"며 "이제는 정확한 방역수칙을 숙지하는 국민들도 별로 없고 단계를 올리든 내리든 큰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방역당국은 이날도 거리 두기 단계를 기준대로 올리지 않는 대신, 거리 두기와 상관없이 항상 지켜야 하는 방역수칙을 기존 4가지에서 7가지로 늘리는 등 세부적인 규제를 또 손질했다. 정기석 교수는 "큰 틀은 그대로 두면서 생활 속 규제를 계속 만들고 있는데, 정작 규정을 어겼을 때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혼란만 가중될 뿐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준비 중인 거리 두기 체계 개편으로도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원석 교수는 "개편안을 적용하면 현재 기준보다 확진자가 더 많이 나와야 단계를 올리게 되는데, 백신 접종에 따라 경계심이 약해지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자칫 환자 발생이 급증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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