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땅 투기 입·출구 다 틀어막는다

입력
2021.03.26 22: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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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공직자는 더 엄한 책임"
자금조달계획서·보유기간 따라 차등 보상 유력
LH는 해체 아닌 기능 축소 및 조정 가닥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져나온 경기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터져나온 경기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에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투기꾼들의 입·출구를 봉쇄하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투기 목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매수자에게 자금조달계획서를 받고 공공택지로 수용되는 토지 소유자라도 보유 기간을 따져 아파트 분양권이나 주택용지를 보상하지 않는 등 강도 높은 투기 방지책이 조만간 확정된다.

수도권 땅 매수 시 자금조달계획서 추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을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대책 관련해서는 “이번에야말로 전형적인 불법·편법·불공정 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솔선해야 할 공직자(공무원과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훨씬 엄한 기준과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대책 중 유력한 건 규제지역 주택 매매 때 의무화한 자금조달계획서를 수도권 토지 거래에도 적용하는 방안이다. 어떻게 땅 매입 자금을 마련했는지 검증해 투기 세력의 진입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금융기관 대출금과 친인척에게 빌린 돈, 상속·증여 여부도 상세하게 밝혀야 해 불법 증여나 차명 거래를 걸러낼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이 워낙 까다로워 투기나 차익 목적의 편법 행위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보유자는 기대 못하는 1,000㎡ 매직

신도시 지정 전 땅을 사들인 투기꾼들이 기대하는 추가 이익도 없앨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수도권 공공택지 내 토지 1,000㎡ 이상을 공공기관에 양도할 경우 아파트 분양권 등을 제공하는 ‘협의양도인 택지’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빠른 토지 수용을 위해 공공기관이 제시한 보상액에 도장을 찍으면 소유자에게 현금 보상 외에 추가로 아파트 입주권이나 주택용지를 주는 ‘당근책’을 투기꾼들이 악용하자 손질을 하는 것이다.

현재는 주민 공람공고일 전 땅을 갖고 있으면 보유 기간과 상관 없이 혜택이 같지만 국토부는 보유 기간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할 방침이다. 신도시 지정 1, 2년 전에 땅을 사들인 경우 아예 협의양도인 택지를 주지 않거나, 보상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어내는 방안이 대책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좋은 의견”이라고 동의한 바 있다.

관건은 토지 보유 기간을 얼마로 정하는가이다. 일각에선 5년으로 예상하는데, 이 경우 애꿎은 원주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정부도 합리적인 기간을 산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토지보상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광명·시흥을 제외하면 투기꾼들이 보통 공람공고일 6개월 전에 들어오기 때문에 보유 기간을 1년으로만 잡아도 투기 세력을 막을 수 있다”면서 “양도세도 사업 지구 및 반경 30㎞ 밖까지 묶어 징벌적으로 부과하면 투기 세력의 입·출구를 다 막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행위 공직자,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정부는 모든 공직자 대상 부동산 등록제와 신고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미공개 정보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는 토지·주택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종 자격증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투기 사태의 진원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은 기능 축소 및 역할 조정으로 윤곽이 잡혔다. 해체는 당정에서도 현재 고려되지 않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LH 빚이 128조 원이 넘는데 해체하면 이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해체보다는 기능을 쪼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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