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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참치 냉동창고가 세계 유일의 백신 물류창고 됐어요"

입력
2021.03.26 04:30
수정
2021.03.26 08:58
10면

전국에 백신 공급할 심장 '평택 백신 물류창고'
LNG냉열 이용한 창고 기술은 한국·일본에만

김진한 한국초저온 대표가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예정인 냉동창고에 들어가 입김을 불고 있다. 이 냉동창고는 영하 72도로 특수복을 입고도 10분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 평택=왕태석 선임기자

김진한 한국초저온 대표가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예정인 냉동창고에 들어가 입김을 불고 있다. 이 냉동창고는 영하 72도로 특수복을 입고도 10분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 평택=왕태석 선임기자


"영하 70도 이하에서 백신을 대량 보관할 수 있는 창고는, 세계에서 여기 한 곳밖에 없습니다. 다음 주면 드디어 화이자 백신이 들어옵니다."

24일 경기 평택 오성면 '한국초저온' 본사에서 만난 김진하 대표는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원래부터 의료품을 생각하고 만든 초저온 저장고였지만, 그동안은 참치 저장고로 써왔던 시설이다. 석 달간 참치를 모두 비우고 화이자 백신을 받을 준비를 막 끝낸 참이다.

다음 주 화이자 백신이 들어오면 이 창고는 국방부 산하 물류 전진기지로 전환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러낼 백신을 전국에 공급하는 심장이 되는 셈이다. 이미 경비는 삼엄하다. 3개 동으로 이뤄진 연면적 16만㎡(4만8,000평) 규모 초대형 창고 주변엔 경비병을 위한 초소와 울타리가 설치됐다. 건물 안에는 군인들을 위한 내무반과 통제실까지 만들어뒀다. 백신이 들어오면 출입 자체가 아예 통제된다.

"냉동창고가 이렇게 활용될 줄은..."

한국초저온은 국내 백신 도입이 가시화되던 작년 말 돌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효능이 뛰어난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 냉동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나라마다 허둥지둥 냉동시설을 찾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회사 이름에 '초저온'이 있어서인지 갑자기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며 "냉동창고가 이렇게 활용될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보관할 예정인 경기 평택의 한국초저온 냉동창고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총 2,600㎡ 규모의 냉동창고 3개가 있다. 창고 모두 영하 72도 안팎의 온도를 가르키고 있다. 평택=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보관할 예정인 경기 평택의 한국초저온 냉동창고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총 2,600㎡ 규모의 냉동창고 3개가 있다. 창고 모두 영하 72도 안팎의 온도를 가르키고 있다. 평택=왕태석 선임기자.

평택 물류센터를 세운 건 2018년 말. 어류, 육류, 청과물 등을 저온 유통하는 콜드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된 저장품이 식료품이다 보니 냉장·정온(2~18도) 창고가 대부분이었고 냉동이라 해도 영하 25도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2,600㎡(800평)만큼은 초저온 창고로 만들었다. 영하 75도 수준으로 보관해야 하는 제대혈이나 혈장 같은 바이오·의약품 수요를 기대해서다. 기대는 살짝 빗나갔다. 김 대표는 "생각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아 영하 6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 참치 저장고로만 활용해왔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보건당국도 큰 관심을 나타냈고, 일사천리로 계약이 이뤄졌다. 백신 유통을 맡은 동원아이팜이 한국초저온 물류창고를 활용키로 한 것이다. 1월 중순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공장을 다녀갔다.


"초저온부터 상온까지... 세계 유일의 백신 물류창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접종대상 계획이 확정돼 접종센터나 보건소 등으로 바로 보급됐다. 하지만 2분기, 3분기로 갈수록 접종 대상은 전 국민 수준으로 점차 확대된다. 백신의 수요와 공급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평택 물류창고는 이 수요와 공급의 핵심이다. 다음 주 화이자 백신이 처음 들어오고, 그다음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입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하는 물류기지로 활용될 경기 평택의 한국초저온 본사에 마련된 중앙통제실. 이곳에선 창고별 온도를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로 창고를 감시할 수 있다. 평택=왕태석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하는 물류기지로 활용될 경기 평택의 한국초저온 본사에 마련된 중앙통제실. 이곳에선 창고별 온도를 확인하고 폐쇄회로(CC)TV로 창고를 감시할 수 있다. 평택=왕태석 선임기자

김 대표는 "초저온에서 상온까지, 그러니까 영하 80도에서 영상 25도까지 모든 온도대의 백신 보관이 가능한 대규모 물류창고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자랑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냉열을 이용해 영하 60도 이하의 냉동창고를 만드는 기술은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는데, 일본은 지진 우려 때문에 냉동창고를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든다. 김 대표는 "일본은 냉동창고가 있어도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백신 물류창고로 활용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에 있는 한국초저온 물류센터 전경.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A동에 보관될 예정이다. 한국초저온 제공.

경기 평택에 있는 한국초저온 물류센터 전경.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A동에 보관될 예정이다. 한국초저온 제공.

냉동창고 기술이 없는 미국이나 유럽은 프레온 가스 등을 이용한 작은 냉동고를 수만 대씩 별도로 구입해 사용한다. 김 대표는 "냉동고 개당 가격이 2,000만 원에 달하는 데다 전기를 써야 해서 비용 부담이 크고 정전 등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선 정전으로 냉동고가 꺼지거나 온도 유지에 실패해 백신을 폐기한 사례가 나왔다. 비싼 냉동고를 여러 대 살 여력이 없는 가난한 국가들엔 그나마도 '그림의 떡'이다.

김 대표는 "상반기에 추가로 공급될 모더나(영하 20도)나 얀센(영상 2~8도), 노바백스(영상 2~8도)의 유통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곳에 보관해 전국으로 유통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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