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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도발 선 넘은 北...바이든 선택 따라 美 대북정책 판가름

입력
2021.03.26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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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년 만에 탄도미사일 2발 동해로 발사
백악관·국무부 공식 반응 없이 대응 차분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 바이든 회견 주목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1월 출범 이후 진행해온 대북정책 검토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북한이 저강도 군사 도발로 미국의 응수를 타진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단 차분한 분위기 속에 공식 반응도 뜸을 들였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경우 북미관계는 냉각ㆍ긴장ㆍ대립 상태로 변해갈 공산이 크다.

24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이 알려졌지만 미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이 곧바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이번 일은 북한의 불법적 무기 프로그램이 이웃국가와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 게 초기 대응의 전부다.

미국이 ‘로키(low-key)’로 절제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초반 기싸움 도발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들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16일)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18일)의 담화, 서해 쪽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21일)로 미국의 반응을 살폈다.

정의용(왼쪽 세 번째) 외교부 장관과 서욱(맨 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8일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토니 블링컨(왼쪽 두 번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용(왼쪽 세 번째) 외교부 장관과 서욱(맨 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18일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토니 블링컨(왼쪽 두 번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미국은 이 사안을 발표하지 않는 식으로 북한의 공세를 무시했다. 23일 언론에 미사일 발사 사실이 공개되자 “여느 때와 같은 일”(바이든 대통령)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동시에 대화 필요성도 재차 제기했다. 고위 당국자가 “우리는 주말에 벌어진 행동(순항미사일 발사)을 (대화의) 문을 닫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절제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외교적 해법 추구’ 기조를 당장 바꾸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다.

물론 통상적 군사훈련으로 간주한 순항미사일 발사와 차원은 달라졌다. 탄도미사일 시험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기준을 넘어섰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상 발사를 시험했다는 미 폭스뉴스 보도도 나왔다. 때문에 북한에 책임을 묻는 추가 제재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다음 주 후반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협의를 거쳐 대북정책이 확정되면 대북 대화와 압박 병행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25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발사에 대한 평가와 미국 대북정책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저강도 도발을 기자회견 시점에 맞춘 측면도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아직 북한과 접촉 자체를 못 해본 터라 '전략적 인내'나 무조건 강공 중 하나로 몰아갈 수도 없다.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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