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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라지지 않아" 귀신 친구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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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은 결코 유치하지 않습니다. ‘꿈꿔본다, 어린이’는 아이만큼이나 어른도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어린이 책을 소개합니다. 미디어리터러시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유신 서울 석관초등학교 교사가 '한국일보'에 4주마다 금요일에 글을 씁니다.
어린이에게 호의를 가진 보통의 어른들은 어린이의 창작물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들의 순수함, 엉뚱함, 어린이다운 밝고 고운 마음에 “귀여워!”를 외치며, 그 어린이다움이 상처받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종종 어린이들에게 권장되는 콘텐츠들은 텔레토비 동산처럼 행복함과 밝음으로만 구성된 세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어린이는 귀엽기 위해 생겨난 피조물이 아니다. 성장 중인 한 인간으로서, 우리와 같이 거친 세계 안에서 공존하고, 외로움,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관계 안에서 종종 이기적이며, 자신의 편의와 욕망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존재이다.
흥미롭게도 어린이들은 철이 들면 ‘어둠의 세계’를 드러내기를 멈추고 ‘답정너’식의 그림과 글로 표현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낼 창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의 비공식적 문화인 만화 그리기, 낙서, 인형놀이, 역할놀이, 게임, 애니메이션 속에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 이야기가 숨어 있다. 외로움, 친구 사귀기는 많은 아이들의 개인적인 비공식적 놀이와 창작물 속에 진하게 담긴 키워드이기도 하다.
고정순의 그림책 ‘나는 귀신’은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어린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의 ‘어두움의 세계’에 속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궁금해. /엄마랑 아빠는 내 목소리가 들릴까?/언제나 큰소리로 말하는데 말이야.
친구들은 내 모습이 보일까?/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앞머리로 눈을 가려서, 감정을 읽기 어려운 소외된 아이의 내면의 목소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에게 귀신 아이가 다가온다. 그리고 귀신 친구는 자신처럼 귀신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는 귀신과 함께 밤하늘을 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그림자를 크게 만들어 거대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아이의 세계는 점점 환상으로 충만해진다. 귀신 친구와의 어둡고 은밀한, 그러나 초월적이고 마술적인 상상력으로 어린이 세계의 낙서들이 책장을 가득 채워가면, 곧 놀이터의 모든 아이들이 귀신이 되어 함께 놀게 된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조의, 어린이가 그린듯한 귀신과 유령의 그림이 가득하다.
어떤 어른들은 이 책을 어린이들에게 권하는 걸 꺼려 할지 모르겠다. 나부터 학급 아이들이 ‘귀신이 되는 법을 알려줄게’라는 말을 오해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아아 그거 정말 재미있는 책이에요!” 하면서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귀신이 되는 것이 무섭지 않니?” 라고 물어봤더니 까르르 웃으면서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외톨이 아이가요, 또 다른 외톨이 아이를 만나서요, 귀신 놀이 하면서 친구가 되는 이야기예요” 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아이들의 얼굴에 책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이해한 '나는 귀신'은 그저 친구를 만나 놀이하는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와 다른 친구가 저한테 왕따를 했을 때, 외롭다고 느꼈습니다. 슬플 때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혼자일 때는 외로워보였는데, 주인공이 다른 친구들과 귀신놀이를 하니까 자신감이 생기고 외로워보이지 않았어요.”
“엄마가 내 이야기를 안 들어주셨다. 앞으로는 관심이 없는 친구와도 같이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이 멋지고 놀라운 건, 어른들이 종종 놓치는 유년기의 애니미즘적 놀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어린이와 소통하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힘은 책머리에 간단히 밝히고 있듯 작가의 어린시절, 귀신 되기를 가르쳐준 친구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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