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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지지' 말 못하는 '샤이 진보' 있을까... 민주 '기대' 국민의힘 '경계'

입력
2021.03.25 09:10
수정
2021.03.25 09:4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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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뉴스1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뉴스1


샤이(Shy) 보수. 여론조사에서 속마음을 숨기거나 아예 응답을 거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일컫는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본격적으로 등장한 말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전 여론조사 내내 뒤지다 결국 승리했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를 부끄러워 하다가 투표장에선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형 샤이 보수'를 양산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내놓고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가리킨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샤이 보수의 존재를 굳게 믿었지만, 실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샤이 보수는 사라졌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샤이 진보', 즉 문재인 정부 지지를 고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샤이 진보는 있을까.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는 민주당은 투표 당일 샤이 진보가 민주당에 몰표를 줄 것으로 믿고 있다. 국민의힘에도 샤이 진보의 실체를 경계하는 기류가 흐른다.

“역대 오세훈 선거, 여론조사와 달랐다” 與의 자신감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숨은 진보 지지층들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객관적으로 10%포인트 내외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보이나,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20%포인트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은 이 중 약 10%포인트가 샤이 진보라고 본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과거 두 차례 선거에서 근거를 찾는다. 우선 오 후보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맞붙었던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오 후보는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50.4%를 기록, 한 후보를 17%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개표 결과 0.6%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승리했다. 다음은 2016년 20대 총선의 서울 종로 선거. 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당시 민주당 후보를 11%포인트 이상 앞섰지만, 선거전 내내 추격당하다 역전패했다.

2010년과 2016년 민주당이 뒷심을 발휘한 이유로는 '촘촘한 지역 조직'이 꼽힌다. 현재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구의 구청장이, 시의원은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직을 동원한 대대적 투표 독려 효과는 투표 당일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2030, 진짜 우리한테 올까?’… 野의 불안감

국민의힘도 '샤이 진보는 없다'고 일축하진 못한다. ‘안심하긴 이르다’고 보는 쪽에 가깝다.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20ㆍ30세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에 실망해 민주당에서 이탈하긴 했지만, 국민의힘으로 아직 옮겨 가진 않았다는 것이 당의 분석이다.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심판 필요성을 말해도, 투표장에서 투표 용지를 받아들면 “그래도 민주당”이라며 표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바람’이 거세질수록 샤이 진보의 결집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도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비롯한 각종 지표상 오 후보의 안정적 승리가 예상되면, 야당 지지층은 ‘이긴 선거’라고 여겨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샤이 진보가 위기감을 느껴 총집결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오 후보가 상승세이다 보니 의원들도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 같다. 선거 승리에 절박했던 초심을 잊지 말고 당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단속'한 것도 보이지 않는 샤이 진보의 존재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이서희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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