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은 안되고 임대차법은 되고…‘선택적 소급적용’에 뿔난 민심

입력
2021.03.24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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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은 논란에도 소급적용 강행하더니"?
24일 본회의 통과됐어도 논란은 계속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오른쪽),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오른쪽),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소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방지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투기 수익을 환수하는 소급 입법이 빠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국회가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시키겠다”는 당정의 엄포는 무색해졌다.

"일관성 없는 소급 입법"이라며 민심은 들끓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3법' 통과 당시 법 시행 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 소급 적용한 사례와 비교해 “선택적 소급 위헌인가”라는 성토도 쏟아진다.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사용한 공직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앞서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급 적용이 빠진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택지 개발 관련 미공개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이나 부당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하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하는 게 골자다. 다만 가장 큰 쟁점이었던 법 시행 전 사례에 대한 소급 적용은 제외됐다. 이대로 본회의까지 통과돼 국민적 분노를 촉발한 3기 신도시 땅 매수 투기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당초 당정은 LH 투기 의혹 사태로 공분이 커지자 소급 입법 카드를 꺼냈다. 소급 적용을 해야 투기 의혹을 받는 이들의 범죄 혐의가 수사로 드러났을 때 3기 신도시 일대에서 사들인 땅을 몰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도 토지 수용 시 보상을 받게 된다.

24일 진보당이 국회 앞에서 LH 방지 5법 소급적용과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진보당이 국회 앞에서 LH 방지 5법 소급적용과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토위 소위원장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급 조항은 백발백중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생각해 소급효를 하면 시원하겠지만 헌법을 뛰어넘는 입법을 할 수는 없다”고 제동을 걸었다. 조 의원의 설득에 개정안은 소급 적용이 빠진 채로 의결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급 적용을 하면 법치국가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국회 결정을 합당하다고 보는 것이지만 성난 여론은 또 한번 기름을 부은 듯 타올랐다. 이전 부동산 대책 발표 때는 소급 적용 논란에도 정부가 법 시행을 강행해 '이중 잣대'라는 것이다. 주요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대차법은 왜 소급 적용했나” “투기꾼은 소급 적용이 안 되고 집주인과 임대인은 소급 적용 대상인가”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이 주로 비교하는 건 지난해 7월 말 국회 통과 뒤 바로 시행에 들어간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임차인의 계약갱신권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담은 개정안은 법 시행 전 계약에도 소급 적용됐다. 앞서 6·17 대책 때도 정부는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소급 적용해 논란을 불렀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법리적으로 소급 적용이 안되도 국민들은 차별해서 소급 적용을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반발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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