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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장 자유로운 경제활동 네트워크

입력
2021.03.25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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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최근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존 투자 상품에서 볼 수 없던 놀라운 가격 급상승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에서 가장 주목할 측면은 가격보다는 지금까지 디지털 세계에서 풀지 못했던 중개인 없는 희소성 구현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1만 원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오프라인에서는 만나서 직접 주면 된다. 온라인에서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웹이나 앱을 이용하면 쉽고 빨리 돈을 보낼 수 있다. 돈은 희소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한다. 오프라인에서 돈이 이동할 때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희소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금융기관이라는 중개인이 조성한 환경 속에서 희소성이 이어지는 셈이다. 물론 사람들은 디지털 세상에 중개인이 존재한다는 것에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에 중개인 없는 희소성 구현이 뭐가 그리 혁신적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개인이 없는 것은 비용 절감 및 별도의 허가 없이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제전화를 예로 들어보자. 20년 전만 해도 국제전화 할 때는 최대한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빨리 끊었다. 비용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발달로 목소리를 데이터화하면서 통신사가 운영하는 통신망이 아닌 누구에게나 오픈된 와이파이 등을 통해 내 목소리를 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통신사라는 중개인은 없어졌고 국제전화 비용은 사실상 0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메신저앱을 통해 해외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몇 시간씩 영상통화하는 세상이 됐다. 이 기술은 특히 코로나19 이후 진가를 발휘해 원격근무를 가능하게 하고 기업 조직 운영 패러다임까지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중개인이 없는 것은 비용뿐만 아니라 별도의 허가가 필요치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터넷이 중개인 없이 ‘정보’ 전달이 가능한 네트워크라면 비트코인은 중개인 없이 ‘가치’ 전달이 가능한 네트워크로 또 다른 형태의 인터넷이다. 사실 비트코인 등장 전까지 온라인에서 진정한 의미의 희소성은 존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혹시 내가 그 나라 은행계좌가 없더라도 실시간으로 가치 전달이 가능하다. 중개인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실현되는 것이다. 인터넷 기반 음성 통화를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라고 하는데 빗대어 비트코인의 이런 특징을 MOIP(Money Over Internet Protocol)라고 한다.

VOIP가 국경을 초월한 소통에서 가치를 발휘하듯 MOIP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경제활동에서 가치가 부각된다. 경제활동에서 중개인은 대부분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지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먹지 못한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존재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석문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사업개발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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