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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회의 '첫 등판' 바이든… '대서양동맹 복원' 선언하나

입력
2021.03.24 20:20
수정
2021.03.24 21: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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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시아?문제 핵심 의제에
제재 이어 '공동행동' 첫 걸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콜로라도주 총격사건과 관련해 총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콜로라도주 총격사건과 관련해 총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양측 관계 ‘재활성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백악관) “환영한다. 우리의 ‘대서양 양안 동맹’을 재건할 때다.”(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대서양 동맹 복원에 의기투합한 미국과 EU가 마침내 한자리에서 만난다. 25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이 모이는 정상회의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다. 미 대통령이 EU 정상 전부를 한 번에 보는 건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프라하 정상회의’ 이후 12년 만이다. 비록 화상회의 형식이지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얼굴을 마주하기 전부터 양측은 성명을 통해 간만의 재회를 격하게 반겼다.

이번 만남을 주목하는 이유는 동맹 복원의 형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회의가 22일 서방 동맹국들이 합세해 중국에 ‘제재 폭탄’을 날린 직후 열린다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제재부터 정상회담까지 일련의 행보가 치밀한 계산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핵심 의제에도 당연히 중국ㆍ러시아 문제가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중ㆍ러를 포함한 공통의 외교정책 이해관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대놓고 공언했다. 무더기 제재가 ‘대중(對中) 연합 전선’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면, 정상회의는 본격적인 ‘반중(反中) 공동행동’의 첫 걸음인 셈이다.

이미 ‘밑 작업’도 끝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EU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대서양 직통로’를 다시 뚫었다. 블링컨 장관이 “미국은 나토와 함께 동맹을 다시 활성화하기를 바란다”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자, 나토 외무장관들도 “유럽과 북미의 항구적 유대를 재확인했다”고 화답했다. 나토를 ‘구시대 유물’로 비하하거나 ‘안보 무임승차’를 이유로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쓰라고 압박하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AFP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도 만나 중국ㆍ러시아 문제를 논의한다.

백악관이 정상회의 테이블에 올릴 거라 밝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극복, 기후변화 공동대응 등의 의제는 동맹의 농도를 더욱 짙게 해줄 촉진제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공급 문제까지 다뤄지면 금상첨화다. EU는 백신이 부족해 수출 금지령까지 동원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국이지만 아직 사용 승인을 하지 않아 창고에 수백만개 물량이 그대로 쌓여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 행정부가 시행한 백신 수출금지명령에 서명해 EU를 돕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는 미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유럽에 수출하도록 백악관에 로비를 해왔다”며 “EU 관리들은 백신 이슈가 이번 회의에서 주요 화두로 논의돼 바이든 행정부가 수출정책을 바꾸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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