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위에 의사협회? 또 불발된 '범죄 의사 면허취소법'

입력
2021.03.25 01: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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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이 2일 국회 앞에서 의료법 개정안 법사위 계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이 2일 국회 앞에서 의료법 개정안 법사위 계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74석의 거대 여당이 주도했고 여야 합의로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이 있다.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적극적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의료법 개정안의 3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정치권이 의료계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 안건에 의료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전체회의에 이어 또다시 법안 처리를 미뤘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지 33일째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또 열리더라도 법사위에 계류된 의료법 개정안의 3월 임시국회 통과는 난망하다.

당초 민주당은 의료법 개정안의 3월 임시국회 처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된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국민 70% 가까이 지지하는 법안을 누구의 뜻으로 좌절시켰는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법사위를 압박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2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과도한 의사면허 제한이 아니다"라며 3월 임시국회 처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3월 국회에서 또다시 법안 처리가 불발되자, "민주당이 4월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의사 단체와 다시 '전면전'에 나설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선거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 죽이기 악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의사단체의 비난을 온전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게 민주당 현실이다.

때문에 일부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유죄 판결인 선고유예를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에서 삭제하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의 경우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변호사법을 비롯해 공인회계사법 등 다른 전문직 관련 법안 개정도 동시에 이뤄져야 해 3월 국회 처리는 어렵다.

민주당은 일단 4월 임시국회 때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23일 "이번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상정이 안 됐지만, 3월 또 전체회의가 열리면 그때 처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사단체가 다시 '백신 비협조'로 국회를 압박하면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에서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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