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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와는 같은 듯 다른 '박범계식 검찰개혁'

입력
2021.03.23 22: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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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감찰'은 검수완박 달성 위한 국면전환 카드
"검찰 장악력 높이고 정치적 입지 구축" 해석도
윤석열 개인 타깃 삼은 추미애와는 차별화 전략

박범계(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 22일 ‘고강도 합동감찰 카드’를 꺼내 들자 그 진의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수사지휘권 발동을 순순히 수용하지 않은 검찰을 향한 ‘전면전 선포’라거나, 취임 후 두 달간 벼려 왔던 ‘검찰 개혁 메스’를 집어든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모습이다.

박 장관 스스로 “상당한 기간, 상당한 규모로 (감찰을) 진행할 것이며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공표한 것을 보면, 지난한 갈등과 진통이 예상되는 ‘박범계식(式) 검찰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박 장관 발언은 “검찰 직접수사의 각종 문제점을 시정하겠다”는 부분이다. 대형 부정부패ㆍ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특별수사 중심으로 움직여 왔던 검찰 생리에 비춰, 직접수사 관행에 대한 대대적 점검은 △검찰 조직 전체의 문제점을 들춰 내고 △조직 문화를 개선하며 △수사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과는 수사 방식이 천지차이였던 10년 전 사건을 트집 잡아서 검찰 무력화에 나서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아울러 “법무장관 이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던 박 장관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면서 합동감찰 지시를 정치적 노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친문(親文) 세력의 관심사인 ‘한명숙 사건’을 이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여권 강경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목소리에 화답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노련한 정치인의 ‘묘수’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더불어 정계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결 짓는 분석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40% 가까이 치솟는 등 윤 전 총장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잠시 가라앉은 ‘검찰개혁’ 동력 회복을 위한 국면 전환에 이번 ‘감찰 카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는 것이다.

박 장관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개인’을 타깃으로 삼아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정작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임자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을 최소화하되, 목적한 바는 이루겠다는 의도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감찰의 순수성 측면에선 비판을 받겠지만 적어도 수사 절차나 과정 등 직접 수사의 병폐를 반성하겠다는 명분엔 검찰 내부에서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의 개혁이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10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 탓에 향후 감찰 과정에서도 진통과 갈등이 불 보듯 뻔한 탓이다. 당장 ‘대검 부장회의’ 내용 유출과 관련해 일선 고검장과 대검 부장들의 통신내역을 확인해야 하는데, 당사자들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출신인 한 법조인은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합동감찰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도 벌써부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다”며 “터지지 않은 뇌관이 산재한 상황을 박 장관이 어떻게 정리해 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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