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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스정치, 승부사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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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윤석열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JTBC의 의뢰로 지난 20~21일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총장이 40.8%로 선두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기관이 YTN의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4.1%에 그쳤다고 하니 단순 비교할 경우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선호도가 문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를 앞지른 셈이다. 유력한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7%,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1%에 머물렀고 야권 후보들에 대한 선호도도 1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니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대선 후보군을 크게 압도하는 모양새이다.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하고 조직과 세력이 없기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거품이요 착시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선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그리고 국민들이 기성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승부사 윤석열의 급부상은 차기 대선구도를 뒤흔드는 가장 큰 변수가 아닌가 싶다. 이 와중에 윤 전 총장은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를 찾아가 정치참여에 대한 의견을 듣고, 공보조직을 구축하는 등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야권 단일후보가 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을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의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승부사 윤석열을 정치판으로 불러낸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고 몸집을 키워준 사람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초유의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정권을 잡은 지 10일 만에 박근혜 특검팀의 주역이었던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통상 고검장급이 맡아왔던 서울중앙지검장 직책을 검사장급으로 한 단계 낮추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말이다. 이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전 정권의 국정원장들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적폐청산’ 수사에 나섰고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사장을 다시 한번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에 기용했다. 이후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계기로 윤 전 총장은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고,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올 1월 퇴임하기까지 1년 내내 노골적인 ‘윤석열 찍어내기’에 골몰하였지만 결국 윤 전 총장을 키워준 셈이 되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어떠한 변신을 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윤 전 총장은 ‘조정자’라기보다는 ‘승부사’이고, ‘법치주의자’라기보다는 ‘검찰주의자’이다. 물론 정치는 ‘네가 죽고 내가 살아야 하는’ 동네이니 윤 전 총장의 이런 승부사적 기질이 빛을 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란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르는 과정이지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척결하는 과정이 아니다. 가뜩이나 적폐청산과 단죄로 얼룩진 세월이 또다시 ‘이기고 이기려는’ 승부사들 간의 전쟁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보스기질과 승부근성도 좋지만 좀 심심하고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통합과 조정, 성찰의 덕목을 갖춘 지도자들이 세워지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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