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위기 탈출 vs 레임덕…박영선·오세훈 진영 대리전 시작됐다

입력
2021.03.23 14:00
수정
2021.03.23 21:3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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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보수 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오 후보는 범여권 단일 후보로 나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본선에서 사실상 양자대결을 펼치게 됐다. 뉴스1

23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보수 야권 단일 후보로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오 후보는 범여권 단일 후보로 나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본선에서 사실상 양자대결을 펼치게 됐다. 뉴스1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게 됐다. 4월 7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벼랑 끝 한판 승부가 된 것이다. 다음 대선을 1년 앞두고 열리는 이번 선거는 차기 서울시장을 결정하는 선거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정권 재창출이냐, 국민의힘의 정권 탈환이냐'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오 후보가 보수ㆍ제3지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의 승자가 됐다"고 발표했다. 22일 서울시민 3,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100%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양당은 여론조사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 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중도 사퇴한 오 후보는 10년 만에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게 됐다. 오 후보는 단일후보 수락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가슴 한편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보선은 거대 양당이 대결하는 ‘미니 대선’이 됐다. 박 후보가 승리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흔들리는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수습할 기회가 될 것이다. 보궐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반등 동력을 얻는 것을 비롯해 여권이 침체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휘청거리고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로 힘이 쏠리면서, 보수 진영의 대선 판 자체가 다시 짜일 수 있다.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한 국민의힘이 이기면, '레임덕'(정권 임기 말 권력 누수)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청와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패배 책임론에 휩싸이고, 친문재인 진영의 입지가 좁아지는 등 민주당 권력 지형도 흔들릴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후폭풍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계기를 만들면서 제3지대와의 연대 타진 등 정권 교체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차기 정권을 둘러싼 대리전을 앞두고 있는 박 후보와 오 후보는 곧바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를 향해 “낡고 실패한 시장”이라며 “이제 구도는 확실해졌다. 실패한 시장, 거짓말하는 시장이냐, 미래를 말하는 박영선이냐”라고 견제했다. 오 후보는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가 대형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강제 철수'하게 되면서, 제3지대 바람은 당분간 잠잠해질 전망이다. 안 대표는 패배 직후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시민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야권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보수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가운데, 범보수 진영 정계 개편 여부와 시기 등은 윤석열 전 총장의 선택이 상당 부분 좌우할 것이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안 대표에게도 일부 결정권이 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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