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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 vs 친중, 세계가 둘로 쪼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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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이냐 친중이냐. ‘양자택일’만 강요하는 냉혹한 국제질서에 지구촌이 둘로 쪼개질 위기에 놓였다. 미국이 22일(현지시간) 제재를 무기로 유럽연합(EU) 등 동맹을 총동원해 중국에 ‘선공’을 날리자, 중국도 기다렸다는 듯 EU에 제재 ‘보복’으로 맞섰다. 러시아, 북한을 끌어들여 우군을 확보한 점도 비슷했다. 파국으로 끝난 ‘알래스카 회담’에서 예고됐듯, 이제 미중 사이에 중립지대는 사라졌다. 전선이 한층 뚜렷해지면서 각국의 ‘줄 서기’도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미국과 동맹의 대중 제재 교집합은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이다. 미국은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와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을 제재했고, EU는 여기에다 미국의 기존 제재 명단에 있던 주하이룬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와 왕밍산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까지 더해 중국 관리 4명과 신장생산건설병단 공안국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잔학한 인권 침해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과 연합했다”면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신임 대표가 이날 제재 발표와 비슷한 시간에 EU 및 영국 통상대표들과 가진 첫 통화에서 무역 이슈와 더불어 ‘중국 강제노동’ 문제를 핵심 의제로 논의한 것도 일종의 ‘선전포고’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미국발 제재가 나오자마자 EU 이사회 정치안보위원회와 EU 의회 정치인 5명 등을 지체 없이 제재했다. 맞불 카드를 미리 준비해 놨다는 얘기다. 특히 서방이 인권 유린에 연루된 ‘사람’을 겨냥한 데 반해 중국은 의회 및 대표자를 아우르며 사실상 EU 조직 전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선전포고 이상의 ‘최후통첩’으로 읽힌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중국과의 투자협정 비준을 앞둔 EU 의회의 분노를 전하며 “EU의 제재 강도가 미국보다 약했는데도 중국이 직접 공격한 건 투자협정 파기도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양측의 강도 높은 세 대결은 주변국들에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담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한일 순방, 로이드 오스틴 국장장관의 한일ㆍ인도 방문을 통해 일찌감치 답을 받아갔다. 일본은 아예 대놓고 ‘중국 타도’를 외치며 미국에 달라붙었다. 블링컨 장관은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대서양동맹 복원의 첫 발도 뗐다.
중국은 러시아ㆍ북한과 합을 맞춰 맞상대할 참이다. 알래스카 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구이린(桂林)으로 불러들였다. 22,23일 이틀간 속내를 교환한 양국은 인권을 빌미로 내정을 침해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 의혹으로 미국ㆍEU와 냉전 중인 러시아는 한 술 더 떠 “EU와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폭탄 선언까지 했다. 북한도 중국의 믿는 구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구두친서를 교환하며 북한을 ‘대미 연합 전선’의 히든 카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4~30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중동 순방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 중국 편에 서라고 설득할 예정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강해질수록 주변국은 두려움에 미국 쪽으로 기울지만 최근 미국의 정치적 혼란은 아시아 동맹국을 걱정스럽게 한다”며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마냥 미국을 두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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