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바야흐로 ESG의 시대다. 기업, 증시, 정부, 미디어 등 모든 곳에서 ESG를 얘기한다. 대세로 자리잡은 'ESG의 경영학'을 하나씩 배워본다.
탄소중립이 세계 정치, 사회, 경제 문제의 중심에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매우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발표했고, 금융계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주요 지표로 설정하고 있다. 때문에 탄소중립은 많은 ESG 지표 중에서도 기업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후 문제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 차원의 의제로 설정된 이상, 세계 주요 국가들이 펼치게 될 적극적인 탄소중립정책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ESG 평가기관들의 기본 시각이다. ESG 평가기관들은 이를 반영하여 ESG 세부 지표를 통해 기후온난화에 대처하는 기업의 전략과 활동, 의사결정 체계를 평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2050' 선언과 함께 관련 세부 정책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차원의 규제는 이보다 더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강화,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내연기관 자동차 규제 강화, 건축물 에너지 사용량 규제, 탄소 국경세 도입 등 각종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금융계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전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주식투자와 회사채 인수를 하지 않기도 한다. 석유화학, 에너지 관련 산업과 이를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곳은 물론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기후 문제는 기성 세대뿐 아니라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 세대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사회구성원이 받아들이는 심각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기후관련 정책은 과거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강력한 정책도 쉽게 채택되고, 실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새로운 규제 도입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될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산방식과 에너지원의 변화, 석탄 및 석유 관련사업의 비중 축소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 혁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첨단 기술 확보라는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와 각종 규제 비용의 증가로 시름하는 한국기업들에게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 큰 숙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다고 호소한다 해도, 이 변화에 천천히 적응해도 된다고 관용을 베풀어 줄 권한을 가진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변화에 성공해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업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만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만이 눈앞에 있을 따름이다. ESG 평가기관의 입장에서도 탄소중립 문제 해결 능력을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시금석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탄소중립 문제에 더 도전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18세기의 산업혁명은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시작되었다. 반대로 이제는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또 다른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정치, 경제, 사회가 크게 변했던 것처럼 탄소중립 산업구조로 변할 때에도 그에 필적하는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40년을 산 독수리는 또 다른 40년을 살기 위해 죽음의 고통을 감수하며 낡은 부리를 부러뜨려 새 부리를 얻는다. 탄소중립시대라는 큰 환경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기업들이 건강하게 기반을 잡을 때까지 정부와 국민의 조용한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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