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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내전'의 그림자... 집 떠나는 미얀마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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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다치게 한 모든 주민을 응징하겠다.”
19일 새벽 미얀마 사가잉주(州) 디파인 마을 주민 수백명은 기르던 소를 끌고 급히 집을 떠나야 했다. 전날 오후 귀가하던 마을 시위대와 마주친 경찰관들이 부상했다는 소문이 돌자 군경이 마을을 급습해 주택을 파괴하고 마구잡이로 주민들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공격했는지 실체도 없지만 12대 트럭에 나눠 탄 진압 병력은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실탄을 쏘아댔다.
미얀마 시민들이 고향을 등지고 있다. 22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군경의 탄압을 피해 집을 버리고 대피한 인원은 최소 5,000명에 달한다. 피란민 다수는 요즘 군과 소수민족 반군의 무력 충돌이 거세진 샨ㆍ카친ㆍ사가잉주에 집중돼 있다. 14일 계엄령 발령 후 마을을 떠난 양곤 흘라잉타야 주민까지 합치면 그 수는 대략 1만여명을 헤아린다. 미얀마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하자 인접국 태국도 서부 매솟주 등에 대규모 수용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사실상 내전으로 비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군경은 최근 들어 전시 상황에서나 나올 법한 야만적인 진압 방식을 쓰고 있다. 20일 밤에는 양곤 타케카 지역을 돌며 “너희들이 다 죽을 때까지 우리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외치며 마을 내 바리케이트 철거를 강요했다. 전날에는 흘라잉타야에서 빈민들을 돕던 구호단체 ‘투카 카리’ 대표 등을 구금하기도 했다. 실탄 사격에 사망한 시민들의 장례식을 도왔다는 이유다. 남부 바고주 등 대부분의 시위 현장에선 구급차 여러 대가 파괴됐고, 일부 구급요원들이 현장에서 무자비한 구타를 당하는 등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도 허락되지 않았다.
반군부 세력도 이제 내전을 상정한 별도 군대 창설을 추진 중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이 주축이 된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소속 진 마 아웅 외교장관 대행은 전날 “미얀마 내 소수민족인 카렌민족연합(KNU) 샨주복원협의회(RCSS) 카친독립군(KIA) 등과 과거의 오해를 풀고 연방군 설립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며 “80% 수준까지 논의가 진척됐다”고 밝혔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날도 평화 시위를 이어갔지만 만달레이에서 14세 소년이 사망하는 등 유혈 진압은 계속됐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사망한 시위대는 전날 기준 25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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