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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의 뒤끝… 무혐의 결론 수용했지만 "수사지휘 취지 반영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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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종결 유지’와 관련해 재수사지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수용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수사지휘 취지가 반영됐는지 의문”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등의 언급으로 회의방식ㆍ결과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사건 공소시효(22일 자정 만료) 등을 감안, 마지못해 검찰 결론을 수용하는 것일 뿐이라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박 장관은 2010~2011년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검찰 수사ㆍ공소유지 과정 전반은 물론, 대검 부장ㆍ고검장 회의 과정에 대해서도 고강도 감찰을 예고했다. 감찰 결과를 앞세워 ‘검찰개혁 시즌2’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이어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의 불씨도 당분간 계속 살아 있게 됐다.
박 장관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19일) 검찰 고위직 회의에서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주문했던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못 박은 것이다.
박 장관은 다만,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0일 보고한 ‘무혐의 종결 유지’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진 않았다. 그렇다고 ‘수용한다’고도 하지 않았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대검 결론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재수사지휘를 내리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장관이) 다시 수사지휘는 내리지 않고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 수용 형태지만, 어쨌든 이로써 한 전 총리 관련 사건은 사법적으론 완전히 종결되게 됐다.
박 장관은 하지만, 대검 회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우선 위증교사 의혹 당사자인 과거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 소속 엄희준 검사가 사전협의 없이 회의에 출석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최초 재소자들을 수사했던 검사의 징계절차를 다루는 회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장관 수사지휘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반대쪽에선 ‘재소자도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 사전 협의가 안 됐다면 회의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 회의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장관은 “회의 당일, 제한된 시간에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했다면 조직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대한 편견, 재소자는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일 회의 진행 상황이 특정 언론에 보도된 것도 ‘외부 유출’이라고 규정하며 “검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절차적 정의가 문제가 된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장관은 이와 함께, “법무부-대검의 엄정한 합동감찰로 부적절한 검찰 직접수사 관행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효적 제도개선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어 “검찰의 중요사건 수사착수, 사건 배당 및 수사팀 구성절차와 관련해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퇴근길에서 그는 합동감찰에 대해 “상당한 기간, 상당한 규모로 진행할 것”이라며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공식 입장을 내고 “합리적 과정을 거쳐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박 장관 지적을 사실상 반박했다. 엄 검사의 회의 참석 배경에 대해서도 “사건 쟁점과 관련해 중요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였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등 위원들의 이의 제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 직접 수사의 잘못된 수사관행에 대한 지적은 깊이 공감한다”며 “합동감찰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선 검찰에선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지휘 취지와 법률상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거쳐 내린 결정을 감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법 절차 무시”라며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절차로 꼬투리 잡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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